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라이칭더 당선인(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지난 13일 당선을 확정한 후 차이잉원 현 총통(가운데)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이 ‘완고한 대만 독립·분열 주의자’로 규정한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됐다. 전 세계가 향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몰고올 파장과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중국의 대응 방식 등에 따라 한국도 정세 변화에 따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집계를 보면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샤오메이친(蕭美琴) 후보가 전날 치러진 제16대 총통·부총통 선거에서 득표율 40.05%(558만6019표)로 당선됐다. 2위를 차지한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자오샤오캉(趙少康) 후보(33.49%·467만1021표)와의 득표율 격차는 6.56%포인트((91만4998표)다. 이번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 민진당과 친중 성향 국민당 사이를 파고들며 중도층을 공략한 제2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柯文哲)·우신잉(吳欣盈) 후보는 예상보다 높은 26.46%(369만466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총통 선거 투표율은 71.86%로 잠정 집계됐다.
민진당은 이번 총통 선거에서 ‘8년 주기 정권교체’라는 징크스를 깨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받던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4년 더 연장 된 것이다. 대만 총통은 4년 중임제다.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라이 당선인이 4년 후 재선에 성공한다면 최장 16년 연속 집권도 가능하다. 다만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물론 국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줬기 때문에 임기 초반부터 강력한 견제와 난관이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전체 113석 중 52석을 국민당이 가져갔고, 민진당은 51석을 확보했다. 민중당은 8석을 차지했으며, 무소속 2명이 당선됐다.
라이 당선인은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보다 독립 성향이 더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당선으로 양안 관계의 파고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승리를 ‘권위주의와의 대결에서 거둔 민주 진영의 승리’로 규정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총통으로서 중요한 사명이며, 중화민국 헌정 체제에 따라 절대 비굴하지 않게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며 “대항을 대화로 대체하고 자신있게 교류 협력을 전개해 평화공영의 목표를 달성하겠지만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을 수호할 결심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곧바로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을 통해 “대만 지역 두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선거는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를 바꿀 수 없고, 조국의 필연적 통일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안 관계의 긴장 고조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격화시킬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당장 대만을 향해 군사적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은 낳지만 향후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시위와 경제적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 당선인이 총통으로 취임하는 5월20일이 양안 관계에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해협과 국제정세가 들썩인다면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김진호 대만중앙연구원 방문교수(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이를 또한 미국과의 협상 카드 내지는 지렛대로 삼으려 할 수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한국도 대만 문제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과 선택을 요구받고, 그 선택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타이베이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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