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글로벌 물류에는 차질이 생겼고, 유가와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12일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4% 이상 급등했다. 2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현지시간 오전 6시 30분께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장 대비 4.2% 오른 배럴당 75.2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도 올해 들어 처음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현지시간 오전 11시 24분께 전장 대비 4.1% 뛴 배럴당 80.57달러에 거래됐다.
천연가스 가격도 뛰었다. 11일 기준 전장 대비 1.91% 상승했던 2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12일(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한때 전장 대비 4.4% 오른 100만BTU당 3.241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지역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6분의 1, 천연가스 물동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관할하에 있는데 가장 좁은 폭이 39㎞에 불과해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폐쇄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 원유 리서치 부문 수석인 다안 스트루이벤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 동안 폐쇄된다고 가정하면 유가는 20%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해 항로의 경우 막히면 선박이 우회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원유는 그야말로 갇혀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업체 래피던에너지그룹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는 등 이란이 석유 물류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30%로 보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핵심 해상 물류 통로다. 홍해발 공급망 차질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해상 운임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스폿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206.03을 기록해 지난주 대비 16% 올랐다. SCFI가 2000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9월 23일 이후 약 1년4개월 만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하기 시작한 지난달 15일(1093.52)에 비해서는 101% 급등했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하는 아시아~유럽, 아시아~미주 노선 운임 인상 폭도 가파르다. 이날 상하이와 유럽을 잇는 노선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103달러를 기록해 전주 대비 8% 치솟았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 대비로는 201%나 치솟았다. 상하이~미주 노선 운임도 1TEU당 2907달러로 한 달 만에 107% 올랐다.
홍해 위기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유럽으로 제품을 보내야 하는 수출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납기를 맞추기 촉박해져서다. 주요 해운사들의 선박이 홍해 항로를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운항 거리가 기존 대비 15일 이상(왕복 기준) 늘어난 탓이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을 수소문하는 한편 제품 생산 속도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운임 급등 추세에 일부 중소기업들은 유럽행 노선 장기 계약까지 고려하고 있다. 수출 업계 관계자는 "장기 계약을 맺은 적이 없던 업체들도 이를 하나의 대응책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 테슬라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2주 동안 독일 베를린 근처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김상준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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