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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검찰과 법무부

“웃으면서 대화해 강압 아니다"…'막걸리 살인' 검찰 재심 불복 이유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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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여부는 대법원 손에

어제(11일) 검찰이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습니다. "범행을 자백해 시작된 수사로, 위법은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JTBC는 20쪽가량의 항고 이유서를 입수해 검찰의 주장을 상세히 살펴봤습니다.

검찰 "환하게 웃으면서 대화…심리적 위축상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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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영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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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먼저 딸 백씨가 조사 당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화 영상을 보면 백씨가 크게 하품하고, 귀를 후비면서 질문에 답하거나, 검찰 수사관의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한 자백이 아니기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부녀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의 이런 주장에 대해 "본인의 살인 범행을 자백하는 상황에서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딸 백씨는 지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박 변호사의 요청으로 딸 백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진행한 김태경 교수(법원행정처 전문심리위원)는 "백씨의 지적 능력은 경계선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는 경우 지적 능력이 불안정하게 발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법원은 앞서 재심 개시 결정을 하며 "백씨가 당시 변호인의 참여와 조력이 없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등 상당히 위축된 상태였다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 "유도신문 아니다"…법원은 "직권남용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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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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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항고 이유서에서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진술 녹화 영상 속 발언을 일일이 해명했습니다.

"네가 아빠 이야기 안해도 아빠는 어차피 조사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너의 입에서 나오면 너의 앞으로 양형, 이런 걸 참작을 하려고 그래. 알았지? 뭔 말인지?" (검사-딸 백씨)

검찰은 이 발언을 두고, "양형에 관한 보상을 설명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대로 진술하도록 설득한 것일 뿐"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또 "기망하거나, 협박하는 등 진술을 강요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 부당한 수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아버지 백씨에 대한 수사 방향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고, 딸 백씨로 하여금 검사의 의도대로 진술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양형에 참작하려고 한다'는 부분은 "의도대로 진술하게 했다는 걸 검사가 스스로 인정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화물차 CCTV 기록, 알리바이 입증 증거 안 된다" 반박



법원은 백씨 부녀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증거가 재판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이 수사했던 아버지 백씨의 화물차 CCTV 관련 기록이 대표적입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지목한 '화물차를 타고 막걸리를 사러 간 날(2009년 7월 2일)', 마을 주변 CCTV 어디에서도 백씨의 화물차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숨긴 겁니다.

검찰은 항고 이유서에서 "백씨가 당일 화물차를 운행하였더라도 정확히 차선을 통과하지 않으면 CCTV에 찍히지 않을 수 있다"면서, CCTV 기록이 백씨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심 개시 여부는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졌습니다.



조해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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