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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해놓고 돈도 안 준 일본제철... 대법원 "배상금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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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위자료 소송 또 승소
일본 측 배상거부로 피해회복은 요원
한국일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본제철 강제동원 손배소송 상고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측 변호인과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가 승소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김영환(오른쪽)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장완익 변호사, 임재성 변호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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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노동력을 착취한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마땅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사법권이 없는 문제"라며 계속 반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정부·기업이 배상 책임 자체를 부정하며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피해자들이 실질적 배상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김모씨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합계 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씨는 1942년 3월 일본에 강제로 차출됐다. 이후 후쿠오카현에 있는 일본제철 야하타 제철소에서 강제 노동을 했지만, 월급은 받지 못한 채 1944년 4월 일본군에 배속됐다. 전쟁이 끝난 뒤에야 귀국한 김씨는 2012년 숨졌고, 아내와 자녀 등 유족들은 2015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2012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처음으로 들어주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한 후에 제기된 '2차 소송' 중 하나다.
한국일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본제철 강제동원 손배소송 상고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측 관계자가 피해자 김씨의 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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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일본제철이 김씨 유족 3명에게 위자료 총 1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본제철의 항소가 기각돼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졌고, 이날 대법원 역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018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일본 정부의 불법적 식민지배와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1965년)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구권협정 당시 한국이 무상자금과 차관을 받는 대가로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이런 반인륜적 행위에 관한 청구권까지 포기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런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대법원은 김씨 유족들 역시 "2018년 판결 선고 전까지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일본 기업의 주장을 물리친 것이다.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잇따라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도 다른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이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이 확정 판결들이 실제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일본 기업이 배상을 거부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아, 제3자 변제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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