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정치현실 바로잡겠다" 출마 선언
"경험 살려야" VS "정치 신인 진출 막아" 팽팽
편집자주2024년 새해와 함께 22대 총선 정국이 본격 개막했다.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습격당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다. 여야는 공천 국면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유권자들은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쇄신 여부를 판단한다. 정당이 지향하는 ‘방향’과 ‘인물’을 보며 판단한다. 정당이 혁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퇴행도 있다. 향후 4년간 국민의 대표자들을 뽑는 것인 만큼 이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주요 분야·세대별 출마자들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①대통령실 ②관료 ③법조계·경찰 ④군 ⑤현역 맞대결 ⑥올드보이
내년 총선엔 다선 의원을 지내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른바 '올드보이(OB)'들도 속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OB들은 혼란스러운 정치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책임 의식을 출마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경험 많은 이들이 험지 출마를 통해 헌신해야 한다며 출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정치 신인들의 진출을 가로막는다는 부정적인 시선 또한 강하다. 분명한 건 세대교체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정치권의 흐름과는 대조적이라는 점이다.與, 7선 도전 이인제·김무성…"무너진 정치 바로 세우겠다"
우선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지낸 이인제 전 의원의 7선 도전이다. 이 전 의원은 1948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지난달 12일 출판기념회에서 논산·계룡·금산 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날 예비후보 등록도 마쳤다. 이 전 의원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경기도지사(1995~1997년)를 지낸 15대 국회를 제외하고 내리 6선을 한 인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일 기준 논산·계룡·금산 지역구는 이 전 의원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중 국민의힘 후보만 9명이다. 당내 경쟁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 전 의원은 당내 경선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총선에서 수도권 '최전방 수문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산·계룡·금산은 지리적으로 호남과 가장 가까이 있는 충남의 최고 험지"라며 "이곳에서 이겨야만 충청권에서 압승할 수 있고, 충청권에서 압승해야만 수도권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신) 대표 역시 총선 출마를 고심 중이다. 출마를 선택할 경우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산 중구영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인제 전 의원과 함께 최다선인 7선이 목표다. 국회에 재입성할 경우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 전 대표가 출마를 고심하는 배경에는 이 지역 현역 의원인 황보승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있다. 앞서 황보 의원은 불륜 및 금품수수 의혹 등에 휩싸이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현 정치권을 향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비(非)민주주의, 반(反)민주주의 정당 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실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그의 출마 선언이 이달 중순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전 의원도 지난달 19일 경기 안양시동안구을 선거구 예비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안양 동안과 동안을에서 5선을 지냈으나 지난 총선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 이번 총선이 6선 도전이다. 심 전 의원은 예비 후보 등록 직후 출마를 선언하며 "민생 최우선정치의 모범이 되겠다"고 밝혔다. 지역 현안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목표다. 안양교도소 재건축 문제, 안양시청 이전 문제, 노후화한 1기 신도시 개발 등을 전면에 내걸었다. 심 의원은 3선을 노리는 이재정 의원과 리턴 매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전 대표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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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전 국정원장에 장관까지…박지원·이종걸·정동영·추미애 귀환
야권에선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총선 출마를 확정하거나 고심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달 12일 고향인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치고 5선 도전에 나섰다. 그는 제14대 민주당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제2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고, 국회에선 당대표,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등을 두루 거쳤다. 총선 출마를 위해 꾸준히 전남 지역사회 및 당내 지역행사 등에 참석하며 민심 관리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이 출마할 경우 현역 지역구 윤재갑 민주당 의원과 접전이 예상된다. 올해 초 KBS 광주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광주와 전남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국정원장은 42%, 윤 의원은 2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17대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올해 초 전북 전주병 출마를 선언했다. 전주병 선거구는 정 전 장관에겐 정치적 고향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율로 당선됐고, 16대 총선에서는 재선에 성공했다. 2007년 17대 대선과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20대 총선 당선 이후 21대 선거에서 패한 그는 이번 출마 선언문에서 "정동영이 앞장서 윤석열 정권의 백색 독재를 규탄하고, 이재명을 지키는 데 중심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교 및 대학교 후배인 현역 김성주 의원과 세 번째로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5선 의원을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출마설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선 추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한강벨트'인 광진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했던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광진을은 현재 오 전 정무부시장을 포함해 민주당에선 김상진 전 청와대 행정관, 박대희 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초대 사무처장 등 총 3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광진을은 보수정당에서 국회의원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해 험지다. 만일 추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고민정 현 지역구 의원과 대결이 불가피하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조승현 정치의미래연구소장 출판기념회에서 "항상 뒤늦게 '추미애가 옳았다'고 후회하는데, 애초 후회할 일은 안 만들어야 한다"며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경기도 안양 만안에서 5선을 한 이종걸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6일 종로 5가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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