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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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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보험설계사·의료진 '가중처벌' 빠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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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 '8년 묵은지' 사기방지법, 법사위서 막혀

"처벌 쎈데 더?" 논란···금융당국 가중처벌 '재검토'

'사기 유인·알선·광고' 브로커 처벌은 유지될 전망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애초 여·야간 이견이 없어 ‘무(無) 쟁점’ 법안이라는 평이 짙었지만 ‘가중처벌’이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중점 내용 우선 통과’를 목표로 하는 만큼, 보험사 임직원과 의료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 제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미나 기자)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에서 보험산업 관계자 대상으로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수정하거나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사위가 8일 ‘가중처벌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이달 말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해당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험업 관계자는 보험사 임직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손해사정사·의료기관종사자·자동차정비업소 등을 말한다. 개정안은 이들이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일반인보다 가중처벌하고 명단도 공개하도록 했다. 문제는 현행 법안에도 ‘가중처벌’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라고 해서 업권 관계자가 단순 사기죄보다 훨씬 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는 게 타당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에서도 이미 처벌하고 있는데 따로 개정안 내 법 조항을 두는 것은 ‘과잉 입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11조는 ‘보험사기죄의 가중처벌’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사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한다.

이번 법사위에서 가중처벌에 대한 ‘법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장동혁 의원(국민의힘)은 “특정 대상에 대한 가중처벌을 반대한다기보다는 가중처벌이 있는 다른 법들과 비교해 ‘처벌 수위’의 형평성이 확보됐는지를 다시 한번 논의해보고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달 말 재논의 시점에 맞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내용을 다시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제처 등과 협의해 관련 내용을 심층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 ‘국회 통과’를 목표로 힘쓰고 있는 만큼 논란이 되는 ‘가중처벌’은 제외하고, ‘보험사기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유인·알선 행위에 대한 조치’를 중점 사항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에는 보험사기를 모집하거나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처벌조항이 없다. 예컨대 소셜네트워크(SNS)나 인터넷카페에서 불특정인을 모아 보험사기를 공모하거나 전문 브로커가 환자를 모집해 병원에 알선한 뒤 수수료를 챙겨도 ‘공범’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 이외 개정안 주요 내용엔 보험사기 유죄 확정 시 부당하게 받은 보험금 반환, 금융위에 보험사기 조사 목적 자료 요청 가능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여부 자체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기 ‘보험금 누수’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료는 ‘손해율’을 기본 재료로 책정된다. 보험금 누수가 커질수록 보험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지난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보험사기 누수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적발 통계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액은 지난 2014년 5120억원에서 2022년 1조 818억원으로 111%나 증가했다. 보험업계가 추정하는 보험사기 누수액만 하더라도 2018년 기준 6조 2000억원이 넘는다. 국내 1가구당 30만원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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