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성직자로 구성…2022년 결성해 60회 넘게 공연
대담집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출간…행복의 열쇠는 바로 '나'
연습하는 만남중창단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열심히 노력해서 필요한 만큼 버세요. 다만 돈에 집착하는 삶을 살진 마세요.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리란 착각도 버리시고요."
세계 최초의 4대 종교인 노래 모임을 표방하며 4명의 성직자가 결성한 '만남중창단'이 행복을 주제로 한 대담을 책으로 엮어 눈길을 끈다.
만남중창단 구성원인 불교 성진스님, 개신교 김진 목사, 천주교 하성용 신부, 원불교 박세웅 교무는 최근 펴낸 신간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불광출판사)에서 불안, 분노, 좌절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출간을 계기로 8일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네 성직자는 중창단의 결성 과정과 지향점, 종교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은 방송 출연이나 각종 행사로 안면을 텄지만, 애초부터 팀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2022년 6월 어느 날 행사가 끝나고 함께 식사하던 중 "함께 노래를 불러보자"고 얘기를 꺼낸 것이 중창단 결성으로 이어졌다.
만남중창단 대담집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출간 |
당시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전화로 이 소식을 들은 박 교무는 '나는 음치'라며 손사래를 쳤으나 나머지 3명이 "노래를 못해도 괜찮다"고 독려했다.
하 신부는 "나는 (담배를 끊듯이 과거에) 노래를 끊었다. 만취해야 (노래방에) 간다. 제정신에 노래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중창단이 예상을 벗어난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중창단은 결성 1년 6개월여만에 60회 넘게 공연하며 평화와 공존을 노래했다.
김 목사는 중창단이 지향한 것은 "갈등, 상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마음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중창단은 이들 성직자에게도 평온함과 즐거움을 줬다.
성진 스님은 "종교인이 모든 말을 정답처럼 하지만 사실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며 "그런데 4명이 대화할 때 대단히 편했다. 왜냐하면 내가 틀려도 나머지 세 명 중 한명이 맞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들이 교리가 아닌 노래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종교가 점점 신뢰를 잃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박 교무는 "종교인이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 사람들이 종교인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우리 종교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믿는 사람은 아마 99.9% 중도에 하차할 것"이라며 "종교인의 삶과 행동에서 감명받아 종교에 귀의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종교의 어떤 부조리나 부정적인 측면에도 신앙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대 종교 성직자가 함께하는 '만남중창단' |
중창단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도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음악을 배우는 아이들이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봤다는 얘기에 이번 주 이들과 함께 제주에 가서 합동 공연을 열기로 했다. 그간 받은 출연료 등을 털어서 3박 4일간 아동 70여명의 항공권과 제주 체험 비용을 대기로 했다.
이번 책의 인세도 ㈔종교인평화봉사단에 전액 기부한다. 이달 26일 오후 7시 홍대 인근에서 북콘서트로 시민들과 만난다.
책을 보면 네 성직자가 말하는 행복의 비결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박 교무는 "행복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아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에서 나온다"고 규정한다.
하 신부는 "지금 내 존재 자체가 행복"이라며 "지금의 나, 살아 숨 쉬는 나를 향한 만족과 감사야말로 행복의 시작과 끝"이라고 역설한다.
성진스님은 "나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며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역으로 고통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김 목사는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관통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이 에너지가 사랑, 자비, 감사, 창조의 에너지로 채워지면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라며 삶의 시선을 바깥으로만 돌리지 말고 자기 내면으로 돌려보라고 당부한다.
책 표지 이미지 |
네 성직자는 행복한 일이 매일 있다고 말한다. 성진스님은 평범한 일상이 곧 행복이라고 한다. 하 신부는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냥 행복하기 때문에 행복이 깨지는 일이 없다고 단언한다.
김 목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설교에 깊은 공감을 보일 때 더없이 행복하다고 소개한다. 박 교무는 새벽의 차고 맑은 공기, 아이들의 웃음과 같은 소소한 일상이 곧 행복이라고 강조한다.
돈을 부정하지 않지만,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 공통의 당부다.
하 신부는 돈을 잘 쓰지 못하면 돈이 삶을 좀 먹는 족쇄가 된다고 지적한다. 성진스님은 "돈을 앞에 두고 아무리 좇아 봐야 못 따라잡는다"며 "돈이 나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이 얼마나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지를 깨달으라고 충고한다. 박 교무는 돈벌이를 마음을 단련하는 훌륭한 도구로 삼으라는 역발상을 제시한다.
이들은 관계, 감정, 중독,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책에 풀었다.
종교의 구분을 넘어 함께 활동하는 비결은 성진스님이 들려주는 일화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대학교 토크 콘서트에서 아버지가 목사님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템플스테이를 다녀와도 되는지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내가 답을 해야 하겠거니 하고 마이크를 잡으려는데 '그럼요. 얼마든지 다녀오세요'라고 옆에 앉은 김진 목사님이 주저 없이 답하셨습니다."
200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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