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리스크에 국제유가 '출렁'
겨우 흑자 전환한 무역수지도 비상
유가 뛰는데 요금은 동결...한전 부담↑
한동안 잠잠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 선 아래에서 머물며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최근 오름세를 보인다.
유가가 뛰면 에너지 수입액도 늘 수밖에 없어 지난해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재연될 수 있어서다.
국제유가 오름세 계속...무역수지 회복세 찬물 끼얹나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란 폭탄 테러, 홍해 선반 피격 등 중동 지역 긴장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리비아 최대 유전의 가동 중단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1.69% 오르며 배럴당 78.90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70달러 선 아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엔 80달러 선에 육박한 모습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2.44% 상승한 배럴당 73.95달러에 거래됐다.
유가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댄 스트루이벤 골드만삭스 석유 연구 책임자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촉발한 긴장이 호르무즈해협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국제 원유가격이 두 배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오름세에 지난해 간신히 적자 늪에서 벗어난 무역수지 관리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한 뒤 꾸준히 흑자 행진 중이다. 그러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줄어 이윤이 나는 '불황형 흑자'인 만큼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무역수지 회복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액도 덩달아 올라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7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어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급 적자 한전에도 '불똥'...역마진 구조 심화 우려
국제유가 상승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건 한전도 마찬가지다. 중동 분쟁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국제유가에 반영되면 한전 입장에선 재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5월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를 10개월 만에 벗어났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하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동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역마진 구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더 우려스러운 건 사실상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요금이 동결될 것으로 보여 한전의 역마진 구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 중앙·지방 공공요금에 대한 동결 기조를 공식화했다.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진 한전 입장에선 전기요금 인상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요금 동결로 천문학적 수준인 한전 적자 해소도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아주경제=조아라 기자 ab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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