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 선거 출마…당선되면 7월 조기 퇴진
새 의장 선출 전 '순회의장' 오르반 입김 세질 듯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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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셸 의장은 오는 6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 벨기에 개혁운동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미셸 의장이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7월 16일 전에 EU 상임의장직을 내려놔야 한다. 원래 의장직 임기 만료(11월)보다 넉 달 앞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EU 상임의장은 ‘유럽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중책이다. 회원국 정상 간에 정치적 의제를 조율하고 유럽 차원의 외교·안보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상임의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미셸 의장은 이 같은 중책을 포기하고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로 “유럽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EU의 역할 확대를 위해 유럽의회 안에서 뛰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문제는 후임자 물색 과정이다. 미셸 의장과 함께 EU를 이끌고 있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임기도 오는 6월 만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셸 의장까지 조기 사임하면 EU ‘투 톱’이 한꺼번에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EU 상임의장직과 집행위원장 자리를 두고 회원국·진영 간 기 싸움이 장기화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EU 상임의장직이 장기간 공석이 된다면 순번에 따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순회의장이 된다는 점이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정상으로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헝가리 국내에서도 권위주의적 통치·소수자 차별·이민자 차단 같은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순회의장을 맡아 정상회의를 주재한다면 이 같은 성향이 EU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최근 유럽 각국에서 오르반 총리와 같은 극우 세력이 선거에서 잇달아 선전하고 있다.
일베르토 알레마노 프랑스 파리경영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 계정에서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자신의 정치 경력을 위해 EU 정상회의 의장직을 조기 사임하기로 한 샤를 미셸의 결정은 자기중심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 출신 소피 인트벨드 유럽의회 의원도 “폭풍 속에서 배를 떠났다”고 꼬집었다. 미셸은 언론에 “빅토르 오르반을 피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많은 수단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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