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법 연구로 유명하고, 좌우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판단으로 설득력 있고 공정한 공천을 맡을 적임자”라며 정 교수 내정 사실을 공개했다. 별도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하던 그간의 관례와 달리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묻기도 전에 한 위원장 본인이 먼저 꺼내 밝히는 형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국법학교수회 임원진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영환 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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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의 정 교수는 1960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5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그는 1989년 판사로 임용돼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00년 고려대 법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민법을 주로 가르쳐왔다. 권영세·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사법연수원 15기 동기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법학교수회장을 지낸 정 교수는 당연직 위원 자격으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김오수)과 윤석열 정부 첫 번째 검찰총장(이원석)을 임명할 때 추천위원으로 활동했고,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 위원장과도 업무상 인연을 맺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당연직 위원으로 법무부 회의에 온 적은 있지만 (한 위원장과) 따로 개인적 연은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정 교수의 공관위원장 임명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며 “그동안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않은 인물을 낙점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겠다는 비대위원장의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직 지도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관위원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린 인물들은 김기현 대표 시절 검토됐던 인물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며 “한 위원장이 취임 후 새로 발탁한 인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율사 출신 의원은 “보통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교수들은 국회의원과도 이런 저런 인연이 있는데 정 교수는 그런 인연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정치권과 인연이 없어 공천을 할 때 거리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한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공천 물갈이’를 주도할 적합한 인물이란 얘기다.
여권에선 정 교수에 대해 “정치적 코드는 현 여권과 잘 맞는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 교수가 교수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에 도움이 되는 주장을 펴왔던 까닭이다. 정 교수는 2020년 11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직무배제 결정에 대해 “해방 이후 처음 일어난 사건이다.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또 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해 한국법학교수회장 자격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정 교수는 “‘검수완박’ 법은 내용의 위헌성 논란과 함께 절차적으로 국회법상의 법률안 심의 절차를 모두 형해화하는 등 명백한 위법성을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11월엔 대법원장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앞서 2022년 12월엔 윤 대통령이 주관한 오찬 간담회에 한국법학교수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조율해 낙점한 인물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 위원장이 또다시 사법고시 출신을 발탁했다는 점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이후 핵심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장(김형동)과 사무총장(장동혁)에 사시 출신을 임명했다. 비상대책위원에도 사시 출신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구자룡 비대위원을 임명하는 등 ‘자유투(자격증·유튜브·투사)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인사 보안주의도 또다시 반복됐다. 금요일인 이날 공관위원장 발표를 예측하는 당내 인사는 거의 없었다. 한 위원장은 공관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중간 메신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소통하면서 정 교수를 위촉했다고 지도부 관계자는 전했다. 한 위원장은 주변에 ‘공천위원장은 어떤 자격을 갖춘 게 좋겠냐’는 식의 문의는 했지만 특정 후보군에 대해선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창훈·전민구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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