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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되 척지지 않는다…프란치스코 교황, 잇딴 '적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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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사태' 일으킨 겐스바인 대주교, 교황 개인 알현

연합뉴스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겐스바인 대주교의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오랜 개인 비서였던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의 알현을 받았다고 교황청 공보실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22년 12월 31일 선종할 때까지 가사를 도운 수도회 수녀 4명이 동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가족'을 맞이한 셈이다.

교황과 겐스바인 대주교가 나눈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둘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교황청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선종한 이후 불협화음을 빚었기 때문이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선종하자 회고록 '오로지 진실만을-베네딕토 16세 곁에서의 내 삶'을 출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 책에서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와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긴장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독일 언론 인터뷰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하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크게 상심했다고 했다.

겐스바인 대주교의 회고록 출간과 일련의 언행은 교황에 대한 항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톨릭 교단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6월 겐스바인 대주교에게 고국인 독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과거 교황의 비서들이 추기경에 서임되거나 다른 고위직에 임명됐던 것과는 달리 겐스바인 대주교에게는 아무런 보직도 주어지지 않았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2003년부터 거의 20년 가까이 같은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개인 비서를 지냈다.

사실상 추방된 것이나 다름없는 겐스바인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선종 1주년을 맞아 다시 바티칸으로 돌아왔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배려 속에 지난달 3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추모 미사를 집전했고,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통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일화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교황은 반갑지 않더라도 적이 내민 손을 피하지 않는다"며 "그는 적이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따뜻하게 맞이한다. 다만 행동에 나설 때는 단호하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에는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의 개인 알현을 받았다. 미국 추기경인 버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관과 교회법 개정 등을 맹렬히 비난한 전통주의적 성직자다.

교황은 버크 추기경의 거듭된 비판으로 교계의 혼란이 계속되자 그의 교황청 숙소와 연금을 박탈했다. 그런데도 교황은 버크 추기경의 개인 알현 요청을 외면하지 않았다.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의 제자인 독일 출신의 게르하르트 뮬러 추기경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뮬러 추기경은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승인한 데 대해 가장 거세게 반발했던 인물이지만 교황은 이후로도 꾸준히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에는 활짝 웃으며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넸다.

라 레푸블리카는 "교황이 뮬러 추기경을 회유하거나 그의 조언을 따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교황은 겐스바인 대주교를 만났지만 그를 용서하거나 그를 복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바티칸에서 악수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버크 추기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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