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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검찰과 법무부

'피묻은 안전모'로 추락사 조작한 아파트 관리업체…검찰 '중처법'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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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한 직원이 배관 작업을 하다 사다리에 떨어져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장엔 피 묻은 작업자의 안전모가 남아있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해 4월 아파트 관리소장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산재 사망 사고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8개월 끝에 사망한 작업자가 '사고 당시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산업재해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추가했습니다. 사건 현장엔 안전모도 떨어져 있었고 안전점검표도 확인했는데, 검찰은 왜 이렇게 판단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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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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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안전모'로 조작 밝혀낸 검찰



사건은 202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하에서 배관 작업을 하던 한 아파트 소속 관리사무소 직원은 사다리가 부러지자 곧바로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를 크게 다쳐 다음날 치료를 받다 사망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단순 산재 사고'로 판단하고 아파트 관리소장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의 증거물이 일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8개월 간 보완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안전모에 묻은 피가 발단이 됐습니다. 사건 현장 바닥엔 피해자의 머리에서 나온 피가 가득했는데, 정작 피해 직원의 안전모 바깥 부위에만 피가 살짝 묻어있고 모자 안은 깨끗했다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겁니다. 수사 끝에 피해 직원이 안전모는 물론 안전대 등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검찰은 주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아파트 관리소장이 '현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지시에 따라 안전모에 피해 직원의 혈흔을 묻힌 뒤 추락 사고 현장에 놓아두고 갔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이전에도 서류 조작…중처법 적용



서류를 조작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소장은 2020년 10월에도 입주자 대표 회장과 공모해 피해 직원이 사다리를 이용해 전등 교체를 하던 중 추락해 6일간 입원했지만, 정상 출근한 것으로 서류를 작성해 산재보험 처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 이상훈)는 이 두 명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교사 혐의 등을 추가해 지난달 15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56조는 '중대 재해 발생 현장을 훼손하거나 고용노동부 장관의 원인조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또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오늘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노동청에 제출한 서류를 다시 검토한 결과 이 대표가 사건 이전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업체는 직원이 약 2400 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사업장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배관 작업을 전문업체가 아닌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수행하도록 하면서 발생한 사고 책임을 피한 데다가 형사처벌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사건을 은폐했다"며 "단순 산재 사망 사건으로 송치된 건에 대해서도 엄중히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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