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여자는 집에서 애나 봐라?…135만 경단녀 날개펴면 韓 GDP 7%‘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평균 경련단절 기간 8.9년
재취업해도 처우 안 좋아져
임금 낮아지고 시간도 줄어

일과 육아가 병행되도록
유연근무제 등 도입해야


◆ 5·5·5 담대한 도전 ◆

매일경제

한 시민이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A씨는 혼자 아이 5살, 7살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7년간 자영업을 했다. 그 전에는 회사도 다녔다.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고 싶었지만 갓난아이를 기르면서 사업까지 하기는 현실적으로 손이 달려 무리였다. “그래도 아이는 엄마가 직접 키우는 게 좋지 않겠냐”는 가족들의 말도 있었다. 결국 사업을 관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육아를 도와주던 친정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으면서 육아와 간병을 함께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생계가 막막해졌다. 급하게 다시 일을 구해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취업이 되지 않았다. 업무공백과 육아로 인한 업무지장을 우려하는 질문이 면접에서 계속 나왔다. 가까스로 지인 소개로 아이 등하원 시간을 피해 전화응대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하지만 급여가 매우 적었던 데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불안했다. 어려움을 겪던 중 여성가족부의 ‘새일센터’지원을 받아 업무교육을 이수한 뒤 공공기관에서 1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A씨는 “1년 계약직이기는 하지만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이고,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이같은 경력단절은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4월 기준 우리나라에서 출산과 육아, 가족돌봄같은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135만명에 이른다. 이는 15세에서 54세 기혼여성 794만3000명 중 17%에 달한다. 여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 10명 중 4명이 A씨와 마찬가지로 임신, 출산, 돌봄 등 이유로 경력단절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 경력단절 기간이 3년으로 짧아 그나마 재취업에 유리한 편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재취업한 여성들의 평균 경력단절 기간은 평균 8.9년에 달했다.

재취업에 성공해도 전과 같은 처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의 현황을 보면 사무직·전문가, 상용직, 전일제 일자리는 줄었고, 판매·서비스직, 임시직·자영업자, 시간제 일자리는 늘었다. 주 평균 근로시간도 4.3시간 줄어들었다.

임금을 봐도 경력단절 이후 처음 취업한 일자리 임금(월평균 214만원)은 경력단절 이전(월평균 253만원)의 85% 수준에 그쳤다. 특히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현재 임금(월평균 232만원)은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이 받는 임금(월평균 276만원)의 84%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과 임금 격차같은 피해로 돌아오면서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2035년까지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율과 같아지면 실질 GDP가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하며 여성 잠재인력 활용을 통한 경제활동인구 확충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개인과 국가의 손실을 감안할 때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빠른 기간 안에 재취업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초에 경력단절이 안 생기도록 일과 가정생활을 함께 꾸릴 수 있는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며 “네덜란드와 독일의 경우 근무시간을 조정해 경력단절이 없이 자녀 양육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도입해 출산률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