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간편식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배달 주문은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밀키트를 비롯한 간편식만큼은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데다 가격경쟁력까지 갖춰 인기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간편식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간편식 중 밀키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오는 2025년 7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란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이다.
지난 10년여간 소비자들이 집에서의 식사와 조리를 꾸준히 줄여온 영향은 있지만, 외출과 외식이 어려웠던 팬데믹 기간 수혜를 입었다는 게 식품·외식업계의 분석이다. 기존에 간편식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던 소비자들도 익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 엔데믹 전환 후에는 고물가 기조가 간편식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일일이 구매하는 것보다 끼니에 필요한 만큼만 담겨있는 밀키트를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즉석섭취식품을 주 1회 이상 구입한다는 가구 비중이 25.4%를 기록했다. 밀키트 등 간편조리식품이나 샐러드 등 신선편의식품을 주1회 이상 구매한다는 가구 비중도 각각 15.7%, 18.7%로 나타났다.
지난해 식료품 체감물가 지수가 114.1(2022년=100)로 111~112 남짓이었던 예년보다 높았지만, 간편식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는 의미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가구의 비중도 지난 2013년 89.7%에서 2022년 63.2%로 26.5%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즉석섭취식품을 주 1회 이상 구입한다는 가구 비중이 25.4%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HMR)과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모두 인기인 이유에는 수요가 급증한 팬데믹 기간 제조사들이 경쟁에서 앞서고자 맛과 품질을 크게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며 “시장 전반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외식 못지않은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밀키트 등을 구매할 때 가격을 보면 비싸다는 지적도 종종 제기되지만, 3~4인 가구의 외식비나 각 재료를 구매할 때 비용보다는 저렴하다”며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간편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편식 시장의 성장세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고전하고 있는 것과도 상반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배달앱 3사의 결제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 주요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결제추정금액은 1.58조원으로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2.03조원, 9월 1.9조원, 10월 1.88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인데 2020년 11월(1.22조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금액이기도 하다. 같은 달 결제자 수 역시 1910만명으로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이같은 간편식 시장의 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간편식 제조시설의 위생, 원재료의 산지, 제품 안전성이나 첨가물에 대한 우려 등은 제조업체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아직 남아있다.
또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각 제조사의 생산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에서 가심비로, 즉 가격보다 품질로 경쟁하는 시장이 곧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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