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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정신과 치료받았는데"…사촌 오빠 '성폭행 무죄' 판결에 동생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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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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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사촌 동생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군부대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로 무죄를 확정받은 사건이 화제를 모은 가운데, 남성을 고소한 사촌 동생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사촌 오빠 성폭행 무죄 관련 뉴스 당사자"라고 소개한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오늘 생각 없이 뉴스를 보다가 익숙한 제목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뉴스였겠지만 길었던 재판이 겨우 끝나고 마음 정리 중이었던 제겐 힘든 뉴스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보도 내용을 간략히 추려 설명한 A씨는 "기사에 나오지 않은 사실을 말하겠다"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먼저 A씨는 사촌 오빠 B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이 한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 때도 할아버지 댁에서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이 있었다"고 했다.

또 자신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B씨의 부친인 작은아버지에게 '수능이 끝났으니 용돈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집에 갔다가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정확한 워딩이 아니었다"며 "처음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밀 때 작은아버지 집에 어떤 일로 방문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성폭행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의심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면서도 "정확히 기억나는 건 사촌 오빠가 군 입대 전 골프장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고 새벽 2시에 퇴근해 씻고 사촌 동생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저를 본인의 방으로 억지로 끌고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검찰 측에서 고용보험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골프장 알바 당시가 2010~2011년으로 추정되는데 그 당시는 4대보험이 필수가 아니었던 때라 고용보험 가입이 안 돼있더라. 그래서 (정확한 시기를) 알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또 피해 직후 바로 고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빠 형제 사이가 돈독해 가족이 내 편이 돼줄까, 제대로 대처 못한 날 힐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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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따르면 B씨에게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사촌도 있다. A씨는 "저와 동갑인 사촌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하지만 그 친구는 악몽 같은 일을 더 이상 상기하기 싫고 경찰서, 법원에 오가는 게 부담돼 고소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그 사촌은 제게 '사촌 오빠가 결혼하면 결혼식장 가서 뒤엎을 것'이라고 했지만 고소를 안 했다는 이유로 사촌 오빠가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의 가족들이 다른 친척들에게 자신이 돈을 노리고 고소한 것처럼 말을 꾸며냈으며, 자신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압박을 넣었다고도 했다.

이에 A씨는 재판과정을 견디는 것이 어려워 해외에서 지냈다고 했다. 그는 "명절마다 가족이 모이는 게 부담스럽고 싫어 20대 초에 해외로 도피하듯 떠났다"고 했다.

그는 "소송 진행 상황을 2년 지켜보다가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될 때쯤 저는 한국에 없었고 증인이 필요할 때 한 번 잠시 다녀왔다. 그 뒤로는 저 없이 모든 재판이 이뤄져 자세히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 당사자가 재판 과정에 한국에 있어야 했으나 저는 회피했다. 마주 설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 결과만으로 저는 꽃뱀에 정신병자가 됐다"며 "돈을 노렸다면 고소는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를 찾을 수 없었기에 결국 항소를 하지 않았다는 A씨는 "직접 당해 보지 않은 일을 쉽게 얘기 말아달라. 성범죄의 특성이 그 자리에서 바로 병원에 가서 증거를 채취하지 않는다면 증거와 증인 둘 다 잡기 어렵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고소를 시작했으면 한국에 있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판검사들도 증거 위주로 판단하는데 해외에서 알아서 되겠거니 하고 있으니 당연히 패소하지", "소장을 본인이 꼼꼼하게 확인도 안 하고 제출하고 거기에 재판 중에 출국이라니. 보는 사람도 답답하다" 등의 반응을 남기며 A씨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미친 여자가 아니고서야 사촌을 성추행범으로 고발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군대 알리바이 때문에 검사가 날짜를 변경했다는 대목에서 뭔가 잘못됐다 생각했다. 그 사촌 전과자만 안 됐지 주변에 이미 낙인이 찍혔을 거니 평생 죄책감 가지고 살기를"이라며 A씨를 위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청주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 김승주)는 성폭력방지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에 군인이었던 B씨가 부대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나오자 검찰은 공소장을 바꿔 범행 일시를 변경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일시를 확정하게 된 건 사촌 동생 본인의 수능이고, 수능은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며 "진술 시점이 사건 당시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기억이 흩어졌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결정적 알리바이로 유일한 증거였던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지자 검찰도 항소를 포기, 결국 B씨는 1심 결과인 '무죄'가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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