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경우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2% 중반으로 전망 중이다. 하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높은 변동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 거품 등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해당 전망치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평가다.
1일 통계청의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년=100)로 지난해보다 3.6% 증가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5.1%)보다 1.9% 포인트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간 2021년의 2.5%보다 1.1% 포인트 높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016~2018년 1%대였고, 2019년 0.4%로 집계됐다.
2022년 하반기부터 뛰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률을 보인 후 6~7월 2%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반등한 후 10월 3.8%까지 오른 후. 지난달에는 3.2%를 기록하며 점차 둔화 중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목표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를 웃도는 수치다. 소비자물가가 올해 안에 2%대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란 정부의 전망도 빗나간 셈이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열렸던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물가 상승세가 확연히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평균 2% 중후반대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은 전기·가스·수도 가격의 20% 급등이다. 이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나마 석유류 가격의 상승률이 11.1%로 둔화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소 억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농산물과 수산물의 경우 각각 6.0%, 5.4% 올랐다. 농산물의 경우 여름 폭염, 가을 이상저온의 영향을 받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사과(24.2%), 귤(19.1%), 파(18.1%), 딸기(11.1%)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물가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아시아개발은행(ADB)는 한국의 내년 물가 상승률을 종전보다 0.3%포인트 높은 2.5%로 전망했다. 20개 기관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또한 평균 2.6%로 올해보다 1%포인트 낮다.
내수 둔화와 고금리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작년 5.1%, 올해 3.6%로 2년 연속 계속된 고물가 흐름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DI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등락하고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는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전체적인 물가상승률 하락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다. 특히 거의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계청이 지난달에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를 개편하며 휘발유(20.8→24.1)와 경유(13.0→16.3)의 가중치를 대폭 높여 이러한 경향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는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 원유 생산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예상보다 더딘 중국 경기 회복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멘 후티 반군 리스크 △앙골라의 석유수출기구(OPEC) 탈퇴 발표 △중국 경기 회복과 여행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글로벌 석유 수요 상승 전망 등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
원자재 가격 추이 또한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식량, 지하자원 등 각종 원자재의 공급처와 통로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2년이 지난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과거 냉정과 흡사한 국가 간 ‘블록화’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2% 중·후반이 나오지 만약 조금만 올라도 3%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을 포함하지 않아 사실상 2%를 추가해서 생각해야 맞다”며 “금리인상, 대출 제한 등 현재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 및 부동산 거품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실질적 인플레이션은 해결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