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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를 표방하고 호기롭게 출범한 21대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으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발의 법안 수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으나 본회의 통과 비율은 현저히 낮은 데다 주요 이슈마다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을 일삼은 탓에 상임위원회 활동이 원활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기에도 거대 야당이 특검법 등 입법 독주에 더욱 속도를 내고, '밀리면 끝장'이라는 총선정국이 한창인 만큼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2월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접수된 법안은 2만6154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처리 법안은 9245건(35.34%), 미처리된 계류 법안은 1만6909건(64.65%)으로 집계됐으며 본회의까지 통과한 법안은 230건이다.
■열리지 않는 상임위·특위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2·4·6·8월에 임시국회를 열도록 한 것을 3·5월도 추가해 매달 국회가 열리는 상시 국회 조항이 골자다. 또한 상임위는 매월 2회 이상, 소위원회는 매월 3회 이상 개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회의마다 소속 위원들의 출석 여부가 공개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법을 어길 경우의 벌칙이나 회의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해당 규칙을 모두 지킨 상임위원회는 전무하다.
가장 적게 열린 상임위는 여성가족위원회로 지난 3년 반 동안 46회, 운영위원회는 47회의 전체회의를 열며 월평균 약 1회 개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가장 긴 공백 기간을 가진 상임위는 2021년 3월부터 9월까지 174일을 쉰 여가위로, 같은 해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73일을 휴회한 정보위원회가 그 뒤를 이었다.
특별위원회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인구위특별위원회는 2023년 한 해 동안 고작 4회 회의를 하는데 그쳤으며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가 5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6회로 그 뒤를 이었다.
■여야 정쟁으로 국감 기간 '연쇄 파행'
21대 국회는 양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투며 출발부터 파행돼 식물 국회가 예견됐다. 당시 민주당이 단독으로 원 구성을 강행하자 각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미래통합당 45명 의원 전원이 사임계를 제출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에는 연례적으로 상임위 파행이 줄을 이었다. 2021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상대 유력 대선주자를 겨냥한 의혹들을 둘러싼 파행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윤석열 대통령의 고발사주 연루 의혹 등이 대두되며 감사보다 정쟁에 치중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2022년에는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들로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또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검찰이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자 민주당이 정치 수사를 주장하며 상임위를 일제히 불참했다. 이로 인해 국감 마지막 날 10개 상임위가 파행됐다.
■'개점휴업' 국회로 민생 고통
지난 해도 연초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강제징용 피해배상 등 현안으로 각 상임위가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이 대표의 단식으로 상임위 보이콧에 나서며 국회를 멈춰 세우기도 했다.
또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일부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상임위를 연일 단독 개회하며 정국은 급랭했다. 지속되는 파행으로 지난 11월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타위법이 501건에 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남은 4개월여의 국회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법안을 처리하고자 2+2 협의체를 가동했으나 출범 3주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으로 열린 12월 28일 본회의에서 여야가 쌍특검법 처리를 두고 대립하며 갈등이 정점에 이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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