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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금과 보험

사라진 기계 10대, 보험금 8억···재수사로 드러난 '도난사건' 진실[보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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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대출' 통한 전문적 보험사기···'분업도 철저히'

총책, 리스사·업체와 도난사건 꾸며 보험금 편취

이데일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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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기계 10대를 한꺼번에 도난당했다고요?”

도난사기→횡령 “그래도 석연찮은 점이…”

부품가공업체 ○○사는 산업용 기계를 도난당했다며 보험사에 약 8억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정밀가공이 가능한 머시닝센터(MTC), CNC선반기계 등 고가의 기계 10대를 한꺼번에 도난당했다는 것이다. 단기간 내 많은 기계가 사라진 점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는 사고원인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처음 경찰 수사 도중 드러난 사실은 ‘도난’이 아닌 ‘내부직원의 횡령’이다. 직원이 기계를 훔치는 횡령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들은 경찰은 내사로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 그러나 보험사 내부 조사자는 생각이 달랐다. 해당 사건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을 발견해서다. 신고자가 처음엔 ‘도난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자 ‘내부직원에 의한 횡령’으로 진술을 번복했고, 리스계약도 통상적이지 않았다.

보험사 직원은 이번 사건을 기계를 도난당한 부품가공업체뿐 아니라 돈을 대준 캐피털사, 기계판매업체가 공모한 신종 보험사기라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재의뢰하게 된 배경이다.

위장회사 통한 작업대출…기계 셀프 처분해 보험금 부당 수령

사건의 발단은 위장회사 설립이었다. A씨는 부산, 마산지역 폭력조직원인 B, C로부터 소개받은 D, E씨를 바지사장으로 세워 부품가공업체를 세웠다. 이후 평소 알고 지냈던 기계판매업자들과 공모해 5개 리스회사로부터 공작기계 30대를 임대했다. 리스료만 총 16억2500만원에 달했다.

통상 리스계약은 기계판매업자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기계대금의 20~40%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던 업체는 보증금 충당을 위해 리스회사에 기계대금을 부풀려 청구한다.

이러한 부당청구가 걸리지 않았던 것은 리스회사 역시 한패였기 때문이다. 리스회사 직원들도 이 회사들이 위장회사인 점을 알고 있었으나, 리스계약을 체결했다. 또 기계설치 사실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부품가공업체를 바지사장으로 둔 A씨는 임대한 산업용 기계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처분했다. 이런 방법으로 처분 이익을 챙겼고 보험금도 청구해 이중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 사기단을 중심으로 리스사·기계판매사·부품업체가 모두 ‘작업대출 보험사기’에 가담한 것이다. 작업대출이란 대출모집인 등이 대출자를 모아 서류 조작을 통해 대출을 받게 하거나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규제를 피해 대출을 받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찰은 이렇게 기계 도난으로 허위신고해 보험금을 편취하려 한 23명을 적발했다. 바지사장, 총책, 총대(절도범으로 허위 자수한 사람) 등이 포함된 ‘작업대출 보험사기단’의 신종 수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사건이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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