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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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법안’이 1년4개월여의 여야 공방 끝에 28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내년 4월 총선판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인다.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이자 정권의 ‘역린’인 김건희 여사를 정면으로 겨눈 만큼, 여권은 ‘김건희 방탄’에 몰두할 경우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정권 심판론’의 땔감으로 쓰겠다는 전략이지만, 자칫 중도층의 피로감이 누적되면 ‘거야 견제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표결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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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의원 180명 전원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전 제안 설명에 나선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특검법이 ‘악법’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을 두고 “누구의 입장에서 악법인가. 이 법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우리 국민이 있느냐”며 “대통령 배우자라도 법치주의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되며 이것이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사회적 정의”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 토론에 나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특검법은 국민 세금으로 특검을 만들어서 민주당 총선 캠프를 차리겠다는 총선용 공작법”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의 발언에 야당 의석에선 “수사를 안 했잖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했다”는 반박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총선 민심 교란용, 당대표 사법리스크 물타기용 희대의 악법”(윤재옥 원내대표)이라며 본회의 뒤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건희 특검법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후폭풍의 크기는 단언하기 어렵다. ‘총선을 겨냥한 노골적인 정치 공세’라는 거듭된 국민의힘 주장에도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0%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20%)을 3배 이상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거부권 행사 반대(47%)가 찬성(39%)보다 높았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옹호만 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재의결로 특검법이 통과한다면 용산은 ‘레임덕’에 준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현재 298명인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그중 3분의 2가 찬성하면 재의결 의안은 가결된다. 전원 출석을 전제한다면 찬성 199표가 필요한데, 이날 특검법에 야당·무소속 의원 180명이 찬성했으므로 단순 계산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19명이 이탈하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이전의 거부권 행사 때와 전혀 다른 여론, 재의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은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과 다른 선택을 할 여지를 남긴다.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으로 제3지대에서의 이합집산 가능성이 있는데다 한동훈발 ‘공천 피바람’이 불어닥친다면 이탈표의 크기가 커질 수도 있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내년 2월까지 여론을 예의주시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꽃놀이패’처럼 손에 쥐고 있을 걸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아직은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에 언제 나설지 결론지을 수 없다.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에 임박할 때까지 민주당이 특검법의 반사이익만 누리려 할 경우 야당 역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역대 정권에서 여론은 언제나 특검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며 “여당이 상대적으로 젊고 새로운 이들을 앞세우는 사이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만 쥐고 있다가 쇄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민주당이 재의결을 추진하는 시점에 따라 김건희 특검법의 ‘결론’이 바뀔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야당이 재의결을 하지 않고 질질 끈다면 그것이야말로 ‘선거용’ 악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여당 내 이탈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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