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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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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운동권' 앞세워 민주당 공격 한동훈, '반성'은 한 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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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 연설서 '이재명' 5회, '운동권' 7회
'숙주' '청산' '결탁' 거친 표현으로 野 공격
위기에 등장했는데 쇄신이나 혁신 언급 없어
한국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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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와 운동권 세력의 특권 청산을 맨 앞에 내세웠다. 법무부 장관 때부터 그를 여권의 대선주자 1위로 올려놓은 프레임을 여당 대표로 공식 취임한 순간 더 구체화한 것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위원장이 비상한 상황에 직면한 당을 이끌기 위해 내놓아야 할 당연한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위기를 초래한 실책들에 대한 반성에 인색했다는 점에서 한계도 노출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개딸 묶어서 공격


한 위원장의 이날 수락 연설 주요 키워드는 '이재명'(5회 언급)과 '운동권'(7회)이었다. 먼저 이 대표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을 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에 대해서도 '개딸전체주의'라는 표현을 쓰면서 결탁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재명과 개딸을 묶은 한 위원장은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 세력도 겨냥했다. 이들을 '특권세력'으로 정의한 한 위원장은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든다"고 비판하면서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쳐진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줄곧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피로감을 느낀 보수층을 비롯해 중도층까지 그에게 시선을 돌린 이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야 강경 메시지는 예상된 수순이다. 선명성과 차별화를 위해 이 대표의 약점인 불체포특권을 국민의힘 공천 기준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그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며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공격에 선봉에 서겠다는 한 위원장의 메시지를 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서늘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언급 안 한 쇄신이나 혁신이 한동훈호의 관건


민주당을 겨냥한 한 위원장은 새정치와 미래를 강조했다. '동료시민'이라는 단어를 10차례, '미래'를 7차례 언급했다. 정치 입문에 앞서 그가 얘기한 '여의도 문법'이 아닌 '상식적 사람들'을 위한 정치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동료시민이라는 표현을 통해 관건인 확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날 데뷔 무대에서 새정치 시작에 필수적인 반성은 희미했다.

한 위원장이 여당 대표까지 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윤 정부의 국정운영 탓이고, 그 역시 현 정부의 실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승적 차원의 반성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를 통해 드러난 위기가 진행형이다. 이를 고려하면 선거를 이끌 당대표로서 첫 메시지로 의미 있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고리로 "상대가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반성하자"면서 "국민들이 합리적인 비판을 하면 바로 반응하고 바꾸자. 정말 달라지겠다고 약속드리자"고만 했다.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해 등장해야 할 '쇄신'이나 '혁신' 등의 표현은 없었다.

이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 성패 관건도 '쇄신'과 '혁신'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날 "수직적 당정관계, 공천, 특검법 문제를 비롯해 한 위원장이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부·여당이 놓친 부분을 챙기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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