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는 달라야”
친윤-중진 등 대거 물갈이 가능성
당내 “총선 지휘후 대선 직행 시사”
연설문에 서태지 노래 가사 활용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위원장 취임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지난해 5월 법무부 장관 취임식 당시 맸던 훈민정음 패턴의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섰다. ‘경천근민(敬天勤民)’ 정신을 강조한 용비어천가 글귀가 담긴 넥타이다. 그는 “국민의힘 대신 국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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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저부터 ‘선민후사(先民後私)’를 실천하겠습니다.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입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취임 일성부터 “지역구에도,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내걸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당내로는 ‘불체포특권 포기’ 등 특권을 내려놔야 공천하겠다는 원칙을, 당 밖으로는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은 시대정신”을 내세워 ‘한동훈 대 이재명’의 운동권 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 친윤-중진 등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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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이 이날 “(총선)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직을 사퇴하면서도 지역구 불출마를 끝내 밝히지 않은 김기현 전 대표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한 위원장이 자신의 불출마를 고리로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및 장관, 용산 참모 출신 인사들의 ‘희생’을 유도하며 대규모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선 “총선 뒤 대선으로의 직행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대선 출마를 위한 밑작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는 달라야 한다”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공천 기준으로 제시했다. “나중에 약속을 어기면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께 헌신할, 신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들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 당사를 처음 찾은 한 위원장은 직접 쓴 연설문 원고를 넘겨 가며 13분의 연설 동안 ‘동료 시민’을 10차례 언급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시민들 간의 동료 의식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며 “우리 당은 그 동료 의식을 가진 당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한동훈 대 이재명’ 운동권 심판론
한 위원장은 “이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상식적인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대범죄자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걸 막아야 한다”며 이 대표를 ‘중대범죄자’로 규정했다. 이어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운동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와 전제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맞이한 어려운 현실은, 우리 모두 공포를 느낄 만하다”고도 했다.
1973년생으로 ‘X세대’인 한 위원장의 연설 마지막 문장에서 “동료 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라며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했다. X세대 대중문화 아이콘인 서태지와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 가사 중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라는 대목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국민 상식과 X세대의 ‘영 라이트(young right)’와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운동권의 ‘올드 레프트(old left)’를 대비시켰다”며 “‘윤석열 대 이재명’의 현 정부 심판론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의 운동권 심판론으로 총선 구도의 프레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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