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예산'으로 민주당 설득… '준비 미흡' 대국민 사과 고려
노동계 "노동자 안전 후퇴" 반발, 인권위도 "유예 신중해야"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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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2년 유예’를 추진하기 위해 1조 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했다. “중처법을 2년 더 유예하려면 구체적 준비계획과 예산안을 마련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한 거액 예산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부담을 헤아려 중처법 적용을 2년 더 미루자는 입장인데, 노동계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현장 안전이 우려된다’고 반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에서 9,084억 원의 ‘중소기업 안전 역량 강화’ 예산을 확보했다. 세부적으로 △산재예방시설 융자 4,586억 원 △안전동행지원사업 3,220억 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684억 원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ㆍ확산 350억 원 △공동안전관리컨설팅 126억 원 △대ㆍ중소안전보건상생협력 118억 원 등이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5주기 추모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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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민주당을 겨냥한 '설득용 예산' 성격이 짙다. 고용부는 최근 민주당에 제출한 ‘중처법 50인 미만 기업 지원 현황 및 향후 계획안’에서 “산재 예방을 위한 내년도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10%가량 증액된 1조3,000억 원”이라고 강조했다. “산재 예방 예산 대부분을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1조3,000억 원은 고용부 외에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의 예산을 모두 합한 규모로 보인다.
중처법은 일터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ㆍ여당은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중소기업 중처법 적용을 2년 더 미루자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중처법 적용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정부의 사과 △법 시행을 위한 2년간 준비 계획과 예산 △2년 뒤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약속 등 3가지를 유예조건으로 내걸었다.
고용노동부가 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중처법 유예 계획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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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안전관리 종합대책안을 발표하며, 중처법 준비를 미흡히 한 점에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2년 추가 유예 시 더 이상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3가지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적용 유예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 각계는 국회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중처법은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법안인데, 실체가 불분명한 '경영 부담'을 이유로 법안을 후퇴시킨다는 점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2일 중처법 적용 유예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인권위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에 가장 취약하고 중대재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했다. 최근 3년간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 2,292명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843명(80.4%)에 달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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