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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어차피 무죄?’···국가폭력 피해자 재심 변호인조력권 인정 안 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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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납북 귀환 어민 재심에서

변호인조력권 인정 안 했다 시정 조치

국가 폭력 피해자 기본권 또 다시 제한

유가족, 재판부 상대 헌법소원심판 청구

경향신문

법원 깃발.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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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납북됐다 귀환한 뒤 간첩으로 몰려 유죄를 선고받았던 어민의 재심에서 재판부가 피해자 유가족의 변호인 조력권을 인정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했다 이를 시정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해당 재판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었던 사람의 유가족을 상대로 사법부가 또다시 기본권을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헌재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고 김광춘씨는 과거 조업을 하다 납북된 이후 귀환했다 수사기관에서 반공법위반 혐의로 몰려 1969년 무렵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대검찰청은 김씨를 비롯한 납북귀환어부들 사건에 수사·정보당국의 불법 수사가 있었던 정황이 확인될 경우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도 검찰의 청구에 따라 재심 대상에 올랐으며, 김씨의 유가족은 사망한 김씨를 대신해 변호인을 선임했다.

문제는 김씨의 재심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사실상 김씨 유가족의 변호인 조력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빚어졌다. 25일 김씨 유가족 측 변호인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1형사부는 김씨 변호인 측에 1회 공판기일 통지서 등을 발송하지 않았다. 뒤늦게 공판기일이 지정된 것을 파악한 김씨 측이 법원에 이유를 묻자, 담당 재판부 실무관은 “검사의 청구로 직권재심이 이뤄진 사건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며 “법원으로서는 사망한 김씨의 자녀가 선임한 변호인에게 공판기일을 통지할 의무가 없고 공판기일에도 변호인은 변호인 석에 자리할 수 없으며, 방청석에서 이해관계인으로서 재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지난 7일 김씨 변호인의 출정 없이 1회 공판을 개정하기도 했다. 당시 김씨 변호인은 법정 내 방청석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김씨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 형사보상을 청구하게 되는 경우에도 변호인에 대한 비용 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씨 측은 지난 20일 해당 재판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김씨 측은 형사소송법 438조(재심의 심판)에 사망한 피고인의 재심 재판이 열릴 경우 반드시 변호인 출정의 의무가 있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제한했다고 본다. 김씨 측 변호인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 “검사가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경우 사망한 피고인의 직계 친족이 언제나 국선변호인으로부터만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합리적 이유 없이 제한·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지난 21일 열린 재판에서는 김씨 변호인이 출정한 상태에서 변론을 재개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인 조력권을 제한했다가 유가족 측의 이의제기를 받고 이를 수용한 셈이다. 유가족과 변호인 측은 “문제의 시정 여부를 떠나 재판부의 잘못된 진행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헌재에서 국가폭력 피해자의 권리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 측 변호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는 사건일지라도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 권리는 필히 보장돼야 한다”며 “과거사 재심 사건은 국가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재판인 만큼 재판부 또한 이들의 권리 보호에 보다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마다 재심 사건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진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헌재의 결정에 따라 재심 사건 피고인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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