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아리산삼림철도는 백두산보다 조금 낮은 해발 2,451m까지 오르는 산악열차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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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의 속도만큼 철도도 빠르게 변화했다. 비둘기호와 통일호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고속철로 세 시간이면 전국을 오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끔은 느린 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유로운 여행이 그립다. 타이완에서 그런 열차를 탔다. 인도 다르질링의 히말라야철도, 페루 안데스철도와 함께 세계 3대 고산열차로 꼽히는 아리산삼림철도는 백두산만큼 높이 올라 경치를 만끽하는 노선이다.
자이역을 출발해 스쯔루역으로 가는 아리산호 열차가 해발 997m에 위치한 쟈오리핑역에 정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역은 태백 추전역(885m)이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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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산삼림철도 여행은 대만 중남부 자이시에서 시작한다. 타오위안국제공항에서 공항철도(MRT)로 고속철도(THSR) 타오위안역으로 이동해 열차에 오르면 THSR 자이역까지 약 1시간이 걸린다. 이곳에서 시내중심부 아리산삼림철도가 출발하는 자이역까지는 7211, 7212번 급행버스(BRT)가 무료로 운행한다.
아리산삼림철도 출발지 자이역.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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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 고산철도가 놓인 이유
아리산삼림철도(阿里山森林鐵路)는 일제강점기에 아리산 숲을 개발하고 목재를 운송을 위해 개설됐다. 1903년부터 측량·설계가 시작돼 1912년 베이먼역~얼완핑역 구간 아리산선이 개통되고 후에 산림개발사업 확대로 아리산역까지 확장됐다. 이후 면웨선이 건설되고 타이완 정부에서 쭈샨선 일출열차를 운행하며 관광철도로 자리 잡았다. 현재 자이역(嘉義火車站)에서 스쯔루역(十字路車站)까지 운행하고 있으며, 스쯔루역에서 아리산역 구간은 내년에 재개통할 예정이다.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아리산호에 올랐다. 시내 구간 마지막 역인 주치역을 지나면 열차는 본격적으로 산으로 오른다. S자, U자 형태로 운행하다 달팽이집처럼 나선형으로 끊임없이 돌아 오른다. 산골 간이역에 정차할 때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관광객과 주민들 모습이 정겹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씨는 변화무쌍해지고 비경이 펼쳐질 때마다 감탄사가 쏟아진다.
자이역~스쯔루역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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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후역에서 판매하는 닭고기와 돼지고기 도시락.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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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후역 라오지에 거리 상가.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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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30분경 2시간 30분의 여정 끝에 펀치후역(奮起湖車站)에 도착했다. 철도도시락으로 유명한 역이다. 철도도시락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 석탄과 물을 공급하느라 오래 정차하는 동안 기관사와 승객들에게 돼지고기와 닭고기 도시락을 만들어 팔던 것에서 유래했다. 도시락이 내키지 않으면 라오지에 거리에서 간식으로 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오후 12시 50분 하오싱 관광버스로 환승한 후 아리산국가삼림공원에 도착한다.
아리산선은 자이역에서 매일 오전 9시, 펀치후역에서 오후 2시 30분(스쯔루역 오후 1시 50분) 출발하며 주말과 공휴일에 추가 운행한다. 환승을 위해 펀치후역에서 오후 12시 50분 출발하는 7329번 하오싱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아리산호 열차내부. 통로를 기준으로 2열과 1열씩 배열된 지정석이며 추가 열차는 자유석으로 편성되는 경우도 있다.ⓒ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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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산선 자이역에서 펀치후역까지 가는 기차표. 성인 기준 384타이완달러(신타이삐· NTD)이며, 2시간 21분 소요된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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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버스 그리고 고산 트레킹
아리산트레킹은 고산철도와 걷기의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아리산역에서 쟈오핑역까지 열차로 이동한 후 트레킹을 마치고 션무역에서 아리산역까지 다시 기차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해발 2,216m 아리산역에서 오후 2시 30분 열차를 타면 6분 만에 쟈오핑역(沼平車站) 도착한다. 이제부터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느릿느릿 숲길을 걸으며 풍경에 취한다. 끝없는 삼나무 행렬에 이어 ‘언니연못’과 ‘동생연못’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자매담’이 나타난다. 그루터기 틈으로 네 그루의 묘목이 싹터서 자란 ‘네자매나무’에서 고개를 들면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하트 모양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삼나무가 빼곡한 아리산 고산 트레킹.ⓒ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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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대를 이어 생장하는 삼대목.ⓒ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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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산 트레킹 코스의 네자매나무.ⓒ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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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삼나무 뿌리에서 3대에 걸쳐 형성된 ‘삼대목’에 시선이 멈춘다. 1,500년 정도 된 1세대 뿌리에 약 250년 후 떨어진 씨앗이 죽은 나무의 영양분을 흡수해 2세대로 성장하고, 300년 후 다시 3세대가 싹을 틔우고 자라났다.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이 만들어낸 가족 나무다. 압도적인 크기의 아리산 2세대 ‘향림신목’에 이어 3,000년 넘은 ‘신성한 아리산 거목’은 기차와 함께 등장하는 타이완의 랜드마크다. 번개와 집중호우에 수명을 다했지만 그 자리에 묘목을 심어 영원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돌아올 때는 션무역(神木車站)에서 오후 4시 30분 열차를 타고 7분 걸려 아리산역에 도착한 뒤 호텔에서 휴식한다. 쟈오핑선은 아리산역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까지, 션무선은 아리산역에서 오전 9시 45분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아리산역과 션무역 사이를 운행하는 션무선 열차. 아리산역~쟈오핑역, 션무역~아리산역 운임은 성인 100NTD이며, 쟈오핑역, 션무역, 쭈샨역매표소에서 기념승차권을 발급한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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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451m, 대만 가장 높은 역에서 일출을
내친 김에 아리산삼림철도의 하이라이트 쭈샨행 일출열차까지 체험했다. 온라인 예매가 가장 보편적이지만, 실패하면 하루 전 아리산역에서 표를 사거나 당일 매표소에서 남은 승차권에 운을 걸어야 한다.
쭈샨행 일출열차는 어른 기준 150NTD. 항상 만원을 이룰 정도로 인기 있는 노선이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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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451m에 위치한 쭈샨역은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다.ⓒ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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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샨관망대에서 여행객들이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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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샨관망대에서 맞이한 일출. 인생 여행에서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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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샨역 일출 관람 후 하산길에 본 장엄한 산악 풍광.ⓒ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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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산의 녹차밭 풍경.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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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까지 만원인 열차를 타고 25분이 걸려 해발 2,451m에 위치한 쭈샨역(祝山車站)에 도착했다.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으로 백두산 장군봉(2,744m)보다 불과 293m 낮은 위치다. 운영기관인 아리산 임업철도 문화재관리사무소에서 이 일출열차를 특별한 관광자원으로 홍보하는 이유다. 쭈샨관망대에 오르니 파란 하늘과 구름이 조화를 부린다. 동북아 최고봉인 해발 3,952m 위산(玉山)의 장엄한 일출에 감동이 밀려든다. 내려올 때는 열차 대신 숲길로 하산하며 타산과 면웨선을 조망한다. THSR 자이역 또는 일반철도(TRA) 자이역행 하오싱버스를 타고 여행을 마무리한다. 쭈샨행 일출열차는 아리산역에서 해돋이 한 시간 전, 쭈샨역에서 일출 30~40분 후 출발한다.
자이시의 아리산 삼림철도 차고공원.ⓒ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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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끼빌리지는 아리산 삼림철도 차고공원에서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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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허락하면 자이시의 아리산 삼림철도 차고공원(阿里山森林鐵路車庫園區)와 히노끼빌리지를 관람한 후 베이먼역까지 운행하는 아리산삼나무열차도 타볼 만하다. 열차는 차고공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이역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상세 노선과 시간은 아리산 임업철도 문화재관리사무소 홈페이지(afrch.forest.gov.tw)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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