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 끝 |
(서울=연합뉴스)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을 끼워 넣는 행태가 올해에도 반복됐다. 지역구 민원이 담긴 '쪽지 예산' 밀어넣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국가채무가 1천100조원을 넘어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여서 더욱 한심스럽다.
법정기한(12월2일)을 19일이나 넘겨 처리된 내년도 예산안의 증·감액 내역을 살펴보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기존 예산이 대폭 증액되거나 정부 원안에 없던 사업 예산이 상당수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전 대표를 비롯해 권성동 이철규 이만희 의원 등 이른바 정권 실세들의 지역구에 큰 폭의 사업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당의 텃밭인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이개호 정책위의장과 서삼석 예결위원장이 지역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이보단 적지만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의 경우 증액한 예산이 5억~10억원 정도였다. 예산이 해마다 졸속 편성되는 것은 막판 예산안 심의가 속기록조차 없는 깜깜이로 진행되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현재 최종 예산 배정 작업은 예결특위의 예산안조정소위가 아닌 여야 예결위 간사 등 극소수만 참여하는 비공개 '소소위'에서 이뤄진다. 밀실 담합 행위가 가능한 심의 구조 탓에 선심성 예산과 국가재정 낭비 등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와중에도 여야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을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나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과 이를 위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특별법 추진이 대표적인데, 여당 윤재옥 원내대표의 대표발의로 여야 의원 261명이 참여해 헌정사상 최다 공동발의 기록을 세웠다. 달빛철도법은 영·호남 지역갈등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전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대구와 광주를 제외한 정차역 모두 인구소멸에 들어간 기초단체에 있어 경제성이 국책사업 중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지난 21일 국토위에서 달빛철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28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철도를 깔면 지역 경제가 번성해 인구가 늘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이를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전남 무안공항과 강원도 양양공항의 썰렁한 풍경이 의원들의 안중엔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여야가 2021년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 이후 툭하면 예타 면제를 거론하며 대형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나라 곳간보다 지역구 표심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예산 배정과 국책사업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하려면 국회법 등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우선 예산 심의부터 배정 단계에 이르기까지 중립적인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의원들의 입김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지역 주민의 눈치 보는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쪽지 예산' 추방은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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