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보호'→'보호'…환경단체 "과학적 뒷받침 없어" 반발
늑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유럽연합(EU)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늑대종 보호 정책의 완화를 추진한다.
이에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EU의 방침이 '늑대 사냥'을 사실상 허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베른 협약에 따른 늑대의 지위를 '엄격한 보호'에서 '보호'로 하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동안 EU는 1979년 유럽·아프리카 등의 야생동물과 자연서식지 보존을 위해 체결한 베른 협약에 따라 늑대를 보호해왔다.
1992년에는 보호 지침을 더욱 구체화한 서식지 지침(Habitats Directive)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EU는 늑대를 '엄격한 보호' 종으로 분류하고, 가축이나 건강·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고의로 사냥하거나 포획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늑대의 보호 지위가 '엄격한 보호'보다 낮은 '보호'로 조정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같은 제안은 늑대 개체수 증가로 방목 가축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뤄졌다.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은 EU 27개국에 걸쳐 늑대 개체 수는 약 1만9천 마리로 지난 10년간 25%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위원회는 지난 9월 늑대종 보호 방침 재검토를 공식화한 뒤 지역사회와 연구자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늑대의 복귀는 유럽의 생물 다양성에 좋은 소식이지만, 일부 유럽 지역에 늑대 무리가 집중되며 가축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며 "지방 당국은 이런 늑대 집중(현상)을 보다 적극 관리하기 위해 더 많은 유연성을 요구해왔다"고 언급했다.
작년 9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조랑말 '돌리'도 늑대의 습격을 받아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거세다.
가디언은 위원회의 제안이 농업 단체와 인기영합주의 정치인들의 집중 로비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 자선단체 '클라이언트지구'를 이끄는 에거타 사프라니우크는 "만약 이 제안이 통과된다면 그것은 위원회가 야심 찬 자연보호 정책과 법률을 실행하고선 정작 그게 성공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사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에서 활동하는 리아 배도즈는 위원회가 과학적인 뒷받침 없이 약속을 철회하고 있다며 "이 제안은 전략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정치적 움직임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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