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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민·난민협정 타결…난민 문턱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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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심사 패스트트랙 도입…난민 거부되면 12주 내 송환

재정 여력되는 나라는 인당 2만유로 내고 난민 거부할 수도

"누가 유럽에 머물진 유럽인이 결정해야" vs. "EU에 암울한 날"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난민 심사 단계를 앞당기고, 재정 지원으로 회원국들이 난민 수용 의무를 대신하도록 하는 이민·난민 협정에 타결했다. 과도한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사실상 이주 문턱을 높이는 조치지만 EU마저 반(反)이민 정서에 무릎 꿇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지난 8월 소형 선박을 타고 이탈리아로 향하는 튀니지 난민.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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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심사·추방 속도…재정지원으로 난민거부 가능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이민·난민 협정이 타결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기존의 이민·난민 규정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2020년 협상을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새 이민·난민 협정의 핵심은 난민 심사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것이다. 안보적으로 위험한 국가나 난민 인정률이 낮은 국가 출신 난민 신청자나 밀입국자 등이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이다. 이들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며 12주 내에 심사가 이뤄지면 난민 지위 인정이 거부되면 12주 내에 본국으로 송환된다. 1년 이상 소요되던 기존 절차에 비해 과거보다 신속하게 추방 절차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인구나 경제 규모에 따라 회원국별로 난민 수용 인원을 할당하되 이를 거부하면 거부 인원 1인당 2만유로(약 2900만원)을 난민대책기금에 내거나 이에 상응하는 물품·인프라 지원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재정 여력이 되는 국가는 난민 수용 대신 재정 지원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난민 급증에 유럽 내 반이민정서 확산

EU는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민·난민 규정 정비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 10만명을 밑돌던 EU 내 비정규 이주민(정식 경로를 거치지 않은 이주민)은 올해 25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중동·북아프리카와 가까운 나라들은 몰려드는 난민들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난민 수용을 두고 EU 회원국 간은 물론이고 회원국 내의 국론 분열도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주요 EU 국가에서 반이민을 공약 전면에 건 정당들이 잇달아 집권에 성공한 게 그 방증이다. 최근엔 그간 이주민에 대해 관대했던 프랑스에서도 불법 이주민에 대한 처벌을 부활했으나 야당은 물론 정부 안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협정에 “이민은 유럽 차원의 해법이 필요한 과제”라며 “이번 협정은 밀입국자가 아니라 유럽인들이 누가 EU 역내에 머물 수 있을지 결정할 것이란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반대쪽에선 EU가 반이민 정서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제엠네스티는 “이번 협정으로 더 많은 사람이 EU 국경에서 사실상 구금될 게 거의 확실하다”는 성명을 냈다. 유럽의회 내 좌파 그룹도 “EU 설립 이래 망명·이주권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이라며 “EU에 암울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이민·난민 협정은 각 회원국의 비준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이미 회원국 간 지난한 줄다리기를 통해 타결된 만큼 유럽의회 선거가 열리는 내년 6월 전엔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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