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필리핀 외교장관과 통화서 "양국관계 심각한 어려움"
중국·필리핀 남중국해 갈등 |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잇달아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을 향해 '중국의 권리를 훼손했다'라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말라'며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21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현재 중국과 필리핀 관계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그 원인은 필리핀이 정책적 입장을 변경해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리고 해상에서 도발과 말썽을 일으키며 중국의 합법적 권리를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중국과 필리핀의 잇따른 물리적 충돌의 원인을 필리핀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왕 부장은 이어 "필리핀이 더 이상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올바른 길로 돌아와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직면한 해상 정세를 올바르게 처리하고 관리·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 해소를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필리핀은 '일의대수'(一衣帶水·한 줄기의 띠처럼 좁은 물길로 가깝다는 의미)의 이웃으로, 쟁점에 대해 의논해서 처리해야 한다"며 "이것은 이웃 국가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필리핀 관계를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은 항상 대화와 협상으로 의견 차이를 해결하고 공동으로 해상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만약 필리핀이 상황을 오판해 자기 고집대로 하거나 심지어 나쁜 마음을 품고 외부 세력과 결탁해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면 중국은 법률에 따라 권익을 보호하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날로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필리핀의 입장을 소개한 뒤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견 차이를 잘 통제하고 긴장을 완화해 충돌을 방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마날로 장관은 또 중국과 대화를 강화하고 양국의 해상 문제 소통 메커니즘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며 공동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를 원한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양자 협의기구 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고 이를 위한 여건을 적극 조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잇달아 물리적 충돌을 빚었고, 충돌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필리핀은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했고 PCA는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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