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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순매도 돌아선 보험사… 자본성증권 2조 만기에 현금확보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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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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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8개월 만에 채권을 순매도하기 시작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만기 도래와 10년 전 고금리로 판매된 저축성보험 만기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 10월 930억원과 지난달 6531억원의 채권을 각각 순매도했다. 지난 2월부터 매월 2조~3조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으나, 8개월 만에 다시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4조8869억원 규모의 국채와 회사채(1조3415억원)를 중점적으로 내다 팔았다.

보험사들이 채권을 팔기 시작한 이유는 2조5745억원에 달하는 자본성증권 만기 도래로 인한 현금확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다음 달 동양생명과 DB생명은 각각 2000억원과 300억원의 후순위채 만기가 도래한다. 3월엔 흥국화재(1000억원), 4월 메리츠화재(2500억원)와 NH농협생명(1700억원), 5월 DB손해보험(2020억원)과 현대해상(1930억원), 6월 KDB생명(990억원)이 상환을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한화생명·푸본현대생명·KDB생명·메리츠화재·롯데손해보험 등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상환이 예정돼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2월에도 2조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만기가 다가오자 2조2000억원의 채권을 순매도하면서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불안해졌을 때도 채권을 매도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보험업계에 채권 매도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간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해 왔다. 30년 만기에 5년 경과 후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다. 원칙적으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장에선 콜옵션 행사를 기본 전제로 보고 있다. 보험사의 자본성증권의 만기가 사실상 5년이라고 보는 이유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5억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외화 영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비판이 일자 이를 번복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보험업계에선 지급여력 정도를 나타내는 킥스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차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자본성증권 만기가 도래하는 K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의 킥스비율은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에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10년 전 절판으로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 만기도 대거 도래하면서 보험사들의 현금확보 행보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되는 저축성 예금보험은 48만4723건이다. 이 보험들이 모두 해지된다고 가정하면, 해지환급금은 2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만기 전 해지될 보험까지 고려하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는 더 늘어난다.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3분기까지 해지된 저축성보험 82만1504건에 24조6861억원을 지급했다.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내년에 해지될 저축성보험만 100만건이 넘어가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성보험 만기 도래로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때도 보험사들이 채권을 매도했었다”며 “보험업권이 다른 금융권과 비교해 채권 매도 외 자금조달 수단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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