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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오늘의 미디어 시장

[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95〉2023년, OTT·FAST·AI·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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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벌써 2023년 한해도 저물어간다. 언제나 연말이 다가오면 개인, 회사 뿐만 아니라 산업계도 지난 1년을 돌아보고 과연 무슨 일들이 있었는가를 반추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내년을 위한 준비하는 단계이며 과정인 것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는 것이다.

올해 미디어산업 중심에는 유료방송을 대체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있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의 반세기동안 우리 삶의 자양분 역할을 해온 유료방송이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맞아 그 역할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겨준 것이다.

미디어산업의 가치사슬조차 붕괴시키며, 그동안 플랫폼의 역할을 해온 유료방송사업자를 넘어 직접 시청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난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국경을 넘어 글로벌 서비스 제공은 기존의 규제와 제도속에서 보호받던 기존 사업자에게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쓰나미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리니어방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의 급성장은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보완재를 넘어 대체재이기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존 유료방송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광고를 시청해야 하지만 무료라는 게 더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스마트TV 보급은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쉽게 획득하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존 사업자 뿐 아니라 정책 당국자 입장에서도 아주 골치 아픈 존재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적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기존 규제와 제도의 틀을 뛰어 넘기에 현존하는 제도와 정책의 한계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들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 경쟁'이라는 아우성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 정책 당국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서둘러야 하는 것이 더 크고 심각한 문제라 생각된다. 때를 놓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글로벌 미디어와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은 규모의 경제와 거대 자본과 경쟁인 것이다. 그들은 플랫폼 속성 중 하나인 네트워크 효과를 확실하게 누리고 있기에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승자독식 형태로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반기부터 현실로 다가온 대부분 OTT의 가격인상이 바로 이것 때문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스트림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우리 생활에 깊게 들어온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2023년 과학계 화제 인물 중 하나를 챗GPT로 선정할 정도로 2023년을 뜨겁게 달군 최고의 이슈는 생성형 AI일 것이다. 마치 그동안 지표아래에서 에너지를 응집했던 화산에서 용암을 분출하듯 이제는 생성형 AI가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적용되고 있다.

올해 초 '생성형AI가 어떻게 비디오플랫폼을 와해시킬 것인가'라는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자들은 생성형 AI는 근본적으로 방송 콘텐츠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 했다. 생성형AI는 AI기반 플랫폼과 함께 제작될 콘텐츠 내용, 콘텐츠 제작과정과 보여줄 대상까지도 바꿀 것이다.

더 나아가 생성형 AI가 만들 새로운 영상 콘텐츠 창작의 가치사슬로 인해 현재 가장 인기있는 넷플릭스, 유튜브와 틱톡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창작에 사용될 뿐 아니라 플랫폼, 창작자와 소비자들 사이에 역학 관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여름 미 작가협회의 파업의 주요 쟁점도 AI사용에 관한 것이라는 것이 이것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상류인 콘텐츠 창작부터 하류의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AI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광풍이 몰아친 올해의 미디어 산업을 뒤돌아보면서 또 다른 광풍이 몰아칠 내년을 맞이해야 한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나, 이전 것을 반추하면서 새 것을 준비해야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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