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후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회원국 가입 논의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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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 논의를 시작하기로 14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우크라이나가 정식 EU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숙원이었던 ‘EU 울타리’ 안에 편입되는 주요 관문을 넘게 됐다. 그러나 헝가리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추가 원조 합의가 불발되면서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8시간 가까이 이어진 협상 끝에 “EU 이사회는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회원국 가입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두 국가의 가입 절차 개시를 권고한 데 따른 정상회의의 결정이다.
당초 예상된 최대 난관은 헝가리의 반대였다. EU의 가입 절차 개시 결정에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친러 성향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날 정상회의를 앞두고 EU 집행위가 헝가리에 배정됐던 EU 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2억유로에 대한 동결을 해제하면서 헝가리의 비토를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정상회의 표결 당시 오르반 총리는 회원국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 회의장을 떠났다. 헝가리를 제외한 나머지 26개국 정상들만 배석한 상태에서 ‘만장일치’가 이뤄진 셈이다. 오르반 총리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헝가리는 비합리적이고 잘못된 결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26개 회원국들이 이 결정을 단호히 주장했기 때문에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번 결정으로 서방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하며 EU 가입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반면 이날 정상회의의 또 다른 주요 안건이었던 500억유로(약70조8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은 헝가리의 반대로 불발됐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금이 공화당 반대로 발이 묶인 상황에서 EU 지원마저 헝가리의 어깃장으로 좌절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전투 수행 능력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BBC는 이날 전장의 우크라이나 군인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4~5차례 공격할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한 차례 공격할 정도로 무기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15일 헝가리 국영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동결자금의) 절반이나 4분의 1이 아니라 전부를 받아야 한다”면서 EU가 동결자금을 전면 해제해야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동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U 회원국들은 내년 초에 열릴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도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나흘 만인 지난해 2월28일 EU에 가입 신청서를 낸 지 1년10개월여 만에 가입 절차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지만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EU가 자체 기준에 맞게 우크라이나에 권고한 개혁 조치를 모두 이행해야 본격적인 가입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
개혁 조치가 완료됐다는 평가를 받으면 우크라이나는 EU 집행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협상 방향을 담은 ‘협상 프레임워크’를 수립해야 하며, 이에 대한 27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이 완료돼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면, 다시 모든 회원국의 비준을 거쳐 가입이 결정된다. 가장 최근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가입 신청에서 2013년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걸렸다.
러시아는 EU의 이번 합의가 “정치적 결정”이라며 “새로운 회원국은 EU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우리도 EU와 같은 대륙에서 살기 때문에 이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헝가리의 기권 결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헝가리는‘친러 국가’가 아니라 단지 자국의 이익을 지킬 만큼 양심적이고 독립적일 뿐”이라고 추켜세웠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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