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헝가리 총리는 표결 시 떠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지난 13일 부다페스트에 있는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과 EU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모두 반대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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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반대 의사를 밝혔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관련 표결 당시 자리를 비우면서 사실상 이를 용인했다. 지난해 6월 EU 가입후보국이 됐던 우크라이나는 정식 회원국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U 이사회(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도중이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사적인 순간이자 EU의 신뢰성과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개막한 EU정상회의의 최대 의제는 우크라이나의 가입 협상 개시를 비롯한 지원방안이었다. 여기에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내내 어깃장을 놓던 오르반 총리가 사실상 기권하면서 ‘깜짝 합의’가 이뤄졌다. EU 소식통은 “오르반 총리는 (표결 당시) 사전 동의 하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전했다.
이는 EU가 헝가리에 민주주의 훼손 등을 이유로 동결했던 300억 유로(약 42조 6,147억 원)의 경제 지원금 중 102억 유로(14조 4,889억 원)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설득에 나선 결과다.
오르반 총리는 표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EU 합류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른 26개국이 합의했다면 그들은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친(親)러시아 국가인 헝가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EU의 러시아 제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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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U의 가입 협상 개시 결정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길어지면서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던 상황이라 의미가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X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EU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통상 EU 가입 절차는 △협상 개시 결정 △협상 프레임워크 수립 △협상 △기존 회원국 비준이라는 네 단계로 진행된다. 실제 협상을 제외한 모든 단계마다 27개국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이제 겨우 한고비를 넘은 셈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소요됐다.
한편 EU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몰도바에 대한 가입 협상을 시작하고, 조지아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대해서는 필요한 개혁 조처가 완료되면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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