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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금과 보험

국민연금 못 낸 자영업자 압류 조치, 윤 정부 들어 8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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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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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한 자영업자에 대한 압류 조치가 급증하고 있다. 4대 보험료 징수를 전담하는 건강보험공단이 현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따라 올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강화'라는 핵심평가기준(KPI)을 신설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문가들은 연금 재정의 책임을 코로나 사태로 한계 상황에 몰린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형 선고' 같은 국민연금 연체료 추심
횟집 사장 한태준 씨(51)의 지난해 소득은 3,400만 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예년보다 천만 원가량 줄었다. 올해는 사정이 더 나빠졌다. 월 매출로 따져보면,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다.

횟집 매상으로는 당장에 내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한 2인 가족 생활비 200여만 원을 간신히 충당했다. 가게 임대료 250만 원은 보증금에서 깎여 나갔다.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당장에 먹고 살 게 없는데 노후 준비가 무슨 소용이냐'라고, 한 씨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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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태준 씨가 지난 11월까지 5년간 운영하던 횟집. 현재는 폐업한 상태다.
지난 7월, 한 씨는 자신 명의의 통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청으로 압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3년간 내지 못한 국민연금 보험료가 1,200만 원이나 됐다. 한 씨는 통보받은 체납액부터 납득할 수 없었다. 매출 상황이 좋았던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으로 산정된 보험료였기 때문이다.

소득이 급감해서 생계조차 막막했던 코로나 사태 3년 내내 이전과 같은 액수의 보험료 30만 원이 매달 부과됐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매년 소득 기준으로 재산정되는 직장인과 사정이 다르다. 직접 조정 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득이 낮아진다고 해서 보험료가 줄어들지 않는다.

한 씨는 공단 담당자에게 항의했다. 공단 측은 압류를 해제하려면 체납액의 4분의 1인 300만 원은 내라고 요구했다. 한 달 살이도 버거운 한 씨의 수중에는 그만한 돈은 없었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사업자 통장이 정지되면 장사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 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가며 압류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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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사장 한태준 씨는 지난 7월 건강보험공단 요청으로 계좌가 압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급한 불은 껐지만 추심은 계속됐다. 다시 통장이 압류되지 않으려면 남은 체납액을 매달 62만 원씩 갚아나가야 했다. 매달 새로 부과되는 보험료 30만 원은 별도다. 한 씨는 아예 폐업을 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11월, 한 씨는 5년 넘게 운영해온 횟집의 문을 닫았다. 월세를 충당하며 깎일 대로 깎인 가게 보증금 천만 원과 차 한 대가 한 씨의 전 재산이다.

하지만 폐업하면 끝이 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폐업 한 달 뒤, 한 씨는 다시 공단의 ‘압류 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한 씨가 이해했던 것과 달리 면제되는 것은 새로 부과되는 보험료 30만 원뿐이었다. 수입이 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체납 보험료에 대한 추심은 계속됐다. 취재진을 만난 한 씨는 '사형 선고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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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봉 씨는 신용회복 후 사진관을 새로 연 지 1년 만에 압류당했다.
사진사 박효봉 씨는 지난해 6월에 신용을 회복했다. 거듭된 장사 실패로 쌓인 채무 4천만 원의 변제를 마쳤다. 그는 재기를 꿈꾸며 새로 사진관을 열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날이 나빠졌다. 확실히 매출은 코로나 사태 때보다 늘었지만, 물가와 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월 600여만 원 매출로 임대료 300만 원, 파트타임 직원 인건비, 대출 이자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없었다. 적자를 면하려고 사진관 일이 끝나면 새벽 1시까지 배달 일을 했다. 월세 30만 원짜리 방을 빼고 아예 사무실에서 숙식을 했다.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 납부는 뒤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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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봉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압류통지서. 4개월간 연체된 사회보험료는 348만 원 때문에 박 씨는 통장이 압류됐다.
지난 10월, 박 씨의 계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청으로 압류됐다. 넉 달 동안 내지 못한 4대 보험료 체납액 348만 원 때문이었다. 공단 담당자는 압류 해제를 하려면 일단 100만 원을 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간신히 적자를 막는 사정에 당장 돈 100만 원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이미 사업자 대출을 받은 상태인데다 신용등급이 낮아서 더 손을 벌릴 곳이 없었다. 결국 박 씨는 100만 원을 내지 못했다.

박 씨는 사채를 빌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오랜 신용 회복 절차를 거쳐 힘겹게 대부업체의 빚을 청산한 박 씨다. 그는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버티고 버티면서 해도 이게 안 돼요. 궁지에 몰리고 몰리고 몰린 상황입니다.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같은 곳에서 얼마 안 되는 돈으로도 가압류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분노가 일어나요. 진짜 가끔은 찾아가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다른 사장님들도 저같이 약을 먹으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그냥 죽으라는 거예요. 국가에서 죽으라고 하는 거예요.
- 사진사 박효봉 씨


윤석열 정부 들어 자영업자 압류 조치 급증
비단 한 씨와 박 씨만의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하고 공단 측의 요청에 따라 압류 조치를 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 즉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들에게 압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뉴스타파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과 압류의 현황을 파악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가 가장 컸던 2020년 전체 연금 체납액 규모는 5조 원이었다. 이 가운데 일용직‧특고‧프리랜서·1인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지역가입자들의 연금 체납액이 약 80%, 4조 원이었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의 경우, 회사에 다니며 회사와 연금보험료를 절반씩 분담한다. 하지만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영업제한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소득이 급감한 상황에서 오히려 자영업자에게 상대적으로 무거운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지워졌고, 이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연체하는 한계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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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전체 체납액 중 지역가입자의 체납액이 매년 80% 이상이다. (출처 : 건강보험공단)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민연금 체납액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최고치를 나타냈던 2020년 이후 체납액과 체납자 수는 연평균 3~4%씩 줄어들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체납액 규모는 3조 5천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연체 상황이 차츰 개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등에 대한 공단의 압류 조치는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가입자들(지역연금)에 대한 압류조치 실태를 들여다보면 윤석열 정부 들어 극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10월 기준 지역가입자에 대한 압류 조치가 13만 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임 정부 평균 압류 건수보다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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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지역가입자에 대한 압류가 13만 건으로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 평균에 비해서 8배나 많이 늘어났다. 수치다. (출처 : 건강보험공단)
직장연금, 건강보험의 압수 건수 증감률과 비교해도 지역연금 압류의 증가 폭은 월등히 높았다. 다른 사회보험은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소폭 늘거나 줄은 데 반해 지역연금은 압류 건수가 예년 대비 2배(2022년), 3배(2023년) 씩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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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연금보험, 건강보험과 달리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압류만 2022~2023년에 급증했다. (출처 : 건강보험공단)
'재정 안정' 윤석열 정부 기조 따라 달라진 실적 평가
왜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연금 보험료를 연체한 자영업자에 대해 압류조치가 늘어났을까. 국민연금 보험료 징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 맡는다. 2011년 4대 보험료 징수 업무가 통합됐기 때문이다.

공단은 올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강화'라는 핵심평가기준(KPI)을 도입했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따라 이뤄진 조치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공단의 「2023-2027 중장기 경영목표안」 문건에는 '새 정부 국가재정 운용방향 및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관리 강화'에 맞춰 새로운 KPI를 정했다고 나와 있다. KPI는 공단이 당해 추진하려는 전략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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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2년 10월에 작성한 ‘2023-2027년 중장기 경영목표안’ 일부. 윤석열 정부 기조에 맞춰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강화’라는 전략목표를 선정했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보험료 징수 실적을 평가하는 산식이 바뀌었다. 체납액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하고, 체납액이 큰 보험을 많이 징수할수록 실적도 더 커지는 구조였다.

이는 사실상 지역연금 체납자를 더 많이 압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연금의 체납액 규모가 가장 크다. 작년 기준, 4대보험 전체 체납액 중 지역연금의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다(49%). 건강보험이 26%, 직장연금이나 고용·산재보험은 한 자릿수였다.

공단의 성과 평가도 체납액 징수를 독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상대평가를 진행해 성과급과 인사 혜택에 차등을 둔다. 공단 실무자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체납액이 큰 지역연금, 즉 코로나 이후 상황이 악화된 자영업자들의 연체 보험료 징수에 더 힘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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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도 성과평가 기본계획’ 일부. 징수 실적을 평가하는 새로운 산식의 약점이 ‘체납액 규모가 큰 연금보험에 징수가 편중될 수 있다는 점’으로 명시되어 있다.
공단도 이 같은 평가 방식이 가져올 문제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 지난 3월 공단이 작성한「2023년도 성과평가 기본계획」에 따르면, 새로운 평가 방식이 '가중치가 높은 건강 및 연금보험에 징수가 편중될 수 있다'라는 약점이 있다고 분석되어 있다.

위법적 압류 조치와 모호한 기준
앞선 자영업자들의 사례에서 보듯, 공단은 압류 조치 결정 이후 체납자의 모든 통장을 압류한다. 하지만 국세징수법 시행령 31조에 따르면 이러한 공단의 조치는 위법이다. 잔액이 185만 원 이하인 계좌는 압류 불가 재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단 측은 사전에 통장 내역을 확인할 수 없기에 선제적으로 압류부터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명확한 압류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사진사 박효봉 씨의 경우, 체납액 348만 원 때문에 연체가 발생한지 4개월 만에 계좌를 압류를 당했다. 반면 대게 횟집 사장 한태준 씨는 37개월에 걸쳐 1,200여만 원을 미납할 때까지 한 번도 압류를 당하지 않았다.

공단 측은 ‘체납 기간 3개월, 체납액 30만 원 이상’ 체납자 중에서 압류 대상자가 선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공단 통합징수실에 확인해 본 결과, 체납자 대다수가 이 범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무자의 임의로 압류 조치가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압류를 해제하는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다. 박 씨의 경우 체납액의 3분의 1 수준인 100만 원을, 한 씨는 4분의 1수준인 300만 원을 각각 요구받았다. 공단의 「4대보험 징수업무처리지침」에는 '체납액 일부가 납부되거나 충당된 경우'에 압류를 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 '일부'가 얼마인지는 사실상 압류 담당자 재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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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2023년 11월에 공개한 건강보험공단의 징수업무처리지침. 체납액의 ‘일부’가 납부되면 압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모호한 기준만 존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은 공단의 모호한 기준이 체납자 징수 경쟁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담당자 재량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공단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징수 기준을 만들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을 2016년부터 권고해왔다.

공단 홍보실은 체납자의 납부여력과 경제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압류를 시행하고 해제한다고 밝혔다. 명확한 징수 기준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공단 통합징수실은 “명확한 기준을 만들면 오히려 체납자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라며 “체납자의 상황을 고려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유동성을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체납자 현실에 대한 무관심 탓… 사각지대 해소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압류 절차 개선은 물론, 체납자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행동 사무처장은 압류 조치 이전에 대상자의 납부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사무처장은 상담 절차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 2011년 4대 보험료 징수 업무 통합 이전에는 '압류 전 상담과 설득을 하라'라는 지침이 있었다. 압류 등 처분을 할 수 있는 대상자도 '전문직, 과세소득 상위 100개 업종, 10억 이상 자산가'로 명확히 제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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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으로 보험료 징수 업무가 통합되기 전, 지역가입자 압류 관련 국민연금공단 내부 지침 (출처 : 국민연금공단)
한신대학교 제갈현숙 강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어려워진 체납자의 현실에 무관심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당장의 현실이 버거워 노후의 국민연금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체납자들의 삶을 먼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갈 강사는 나아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체납자들 문제가 현재 정부, 국회에서 진행되는 연금개혁 과정에서도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김지우 fellow_jw@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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