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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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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태어난줄 몰랐다"…다운증후군 아기 '낙태→살해 혐의' 일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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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경기 용인에서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조모가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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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아이가 살아서 태어난 지 정말 몰랐습니다. 가슴을 찢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진짜 결백합니다."

8년 전 다운증후군을 진단받은 채 태어난 아기를 살해하고 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친부와 친모, 외할머니가 재판부에 결백을 눈물로 호소했다.

13일 뉴스1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부 A씨와 외조모 B씨,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친모 C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친부 A씨에게는 징역 12년을, 외조모 B씨에게는 징역 10년, 친모 C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누구나 선천성 질환과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34주를 성장한 태아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출산해 생명을 위협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으면서 낙태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검색하고, 범행 당시의 의료기관 서류 등을 확인해 진술을 맞추는 정황이 확인되는 등 수사기관의 일원으로 상당히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태아가 울고 고군분투하며 가족들의 도움을 갈구하고 오로지 가족들에게 의지했지만 피고인들은 외면하고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뒤늦게나마 확인되고 말 못 할 태아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재판부에서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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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에서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조모가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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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여전히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첫 재판에서부터 이들은 무죄라고 했다. 낙태 수술을 진행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태아가 살아서 태어나자 외조모에게 인계돼 아이가 이유를 모르게 '자연사'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이미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낙태는 하지만 살인하지 않은 것"이라며 "친모는 아이가 살아서 태어난 사실조차 몰랐다. 친모는 정상분만 해 키울지 입양할지 수십번 고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조모 역시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인계받고 당황했지만 아이를 죽이는 건 선택지에 있지도 않았다"며 "아이를 정성으로 보살폈고 자신이 키울지 베이비박스로 보내 평생 봉사할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34 주된 아이를 출산했을 당시 의무기록을 보면 건강 신체 상황이 양호상태였다"며 "그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에서 돌봤다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모두 눈물로 재판부에 무죄를 호소했다.

외조모 B씨는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서 장례를 치르려고 했더니 출생 신고가 안 돼 장례를 못 치른다고 해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고 맨날 절에 가서 기도했다"며 "이 할머니는 아이를 죽이지 않았고 살인자도 아니다 억울하다"고 했다.

친부 A씨 또한 "제가 못 배웠지만 자기 자식을 죽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친모는 지난 재판에서 증인석에 나와 "34주 된 태아가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이틀 만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낙태하려고 했다"며 "뱃속에서 사산해서 제왕절개를 통해 태아를 꺼내는 것이 '낙태'라고 생각했다"고 태아가 살아서 태어난 줄 몰랐던 점을 강조했다.

이들 가족은 2015년 3월 다운증후군이 의심되는 영아를 출산 당일 방치해 숨지게 한 후 인근 야산에 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용인시가 출생신고 없이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범행 사실이 들통났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기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태어날 것을 미리 파악한 뒤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9일로 예정돼 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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