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장례식 절차 상당히 간소화해…내 무덤 이미 준비"
조기 사임설에 선 그은 교황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후 자신이 묻힐 곳으로 역대 교황 91명이 안장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이탈리아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지정했다.
교황은 13일(현지시간) 방영된 스페인어 뉴스채널 N+ 인터뷰에서 "교황 장례식 절차를 상당히 간소화했다. 그렇게 해야만 했다"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내 무덤을 이미 준비했다"고 밝혔다.
로마 4대 성전 가운데 하나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로마에서 성모 마리아에 봉헌된 최초의 성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사목 방문 전후에 늘 이 성당을 방문해 성모에게 기도하고 은총을 구한다.
특히 이 성당의 '성모 성화'는 중세 시대 로마에 흑사병이 창궐할 당시 전염병의 확산을 막아 기적을 일으킨 성화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직에 오르기 전, 일요일 아침이면 항상 그곳에 가서 잠시 쉬곤 했다. 아주 큰 인연이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교황은 사후 묻히고 싶은 곳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제외한 전임 교황 265명 중 148명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됐다. 나중에 이장된 교황을 제외하면 현재는 총 91명의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역대 교황들은 초기 기독교를 이끈 초대 교황인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와 가까이 머물기 위해 그의 무덤이 있는 성 베드로 대성전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정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는 비오 5세, 식스투스 5세, 클레멘스 13세, 바오로 5세, 클레멘스 9세 등 전임 교황 5명이 안장돼 있다고 가톨릭 전문 언론매체 크럭스가 전했다.
지난 8일 마조레 대성전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오는 17일 87세가 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건강 문제로 신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교황은 10대 시절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최근 수년간은 휠체어, 지팡이에 의존해야 할 만큼 무릎에 심한 통증을 겪고 있다.
올해에는 유독 병치레가 잦았다. 지난 3월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지난 6월에는 전신 마취가 이뤄진 상태에서 탈장 수술을 받았다.
최근에는 급성 기관지염에 걸려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건강 문제로 사임을 재고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진 사임한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용기는 존경하지만 주님이 원하실 때, 언젠가는 충분히 말씀해주시기를 간청한다"며 조기 사임설에 선을 그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과 인터뷰에서 내년에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첫 고국 방문이 될 내년 아르헨티나 방문 계획에 대해 "보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에 대해 '악마', '악의 축', 'X덩어리', '망할 X의 사회주의자' 등 막말을 퍼부었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교황은 "선거 운동에서 어떤 말들은 약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되지만, 나중에는 저절로 사라지는 것들"이라며 "정치인이 선거 운동에서 하는 말과 나중에 실제로 할 일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많은 젊은이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세계가 전쟁에 익숙해져 있다고 개탄했다.
교황은 "전쟁은 언제나 패배이며, 전쟁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무기 제조업체뿐"이라며 "한 경제학자가 도덕성이 없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투자는 무기 공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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