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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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사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해외를 순방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혹독한 한주를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법안을 가로막고 있는 공화당 설득에 실패했고 유럽에서는 헝가리의 반대로 유럽연합(EU)과의 가입 협상 및 추가 지원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비운 사이 공습과 사이버 공격을 퍼부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화당 반대로 발이 묶인 614억달러 규모의 우크라 지원 예산 통과를 설득하기 위해 12일(현지시간) 오전 미 의회에서 상·하원 지도부를 만났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러시아의 유럽 장악을 차단함으로써 서방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공화당 의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나의 첫 번째 의무는 내 조국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에릭 슈미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야기를 또 듣게 됐는데, 정작 우리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국경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악화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태도가 전에 없이 싸늘했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다음주 의회가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가기 전까지 합의를 이뤄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투입한 병력의 87%(31만5000명)과 전차 63%(2200대)를 잃는 등 큰 손실을 입었다는 미 정보당국 분석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성과를 강조했으나 공화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번 회의에서 EU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을 개시할 것인지 여부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유로 규모의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두 사안 모두 27개 회원국 전체 동의가 필요한데 러시아와 가까운 헝가리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남미 국가들의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남미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0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잠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일시적인 조우에 그쳤다. 프랑스 매체 RFI는 EU 집행위가 동결된 EU 지원금 일부를 헝가리에 지급해 헝가리를 달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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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외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사이버 공격과 공습을 감행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최대 이동통신사인 키이우스타는 해킹 공격을 받아 가입자들의 인터넷 접속에 문제가 생기고 수도 키이우 등에서 공습 경보 알람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들은 ATM 기기가 고장났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관계자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이버 공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3일에는 수도 키이우에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이 날아들어 최소 51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오전 3시 키이우를 겨냥한 탄도 미사일 10발을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미사일 잔해가 떨어지면서 건물이 파손되고 주민들이 다쳤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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