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총파업 이끈 前 회장 앞세워
찬성 우세하지만 휴진 가능성 낮아
내부서도 “실익 없다” 의견 적지 않아
당정 “국민 건강 볼모… 엄정 대응”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해 총파업 투표를 실시한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한 관계자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투표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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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하며 11일부터 총파업(집단 휴진)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진료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환자들의 우려에, 정부는 비상대응반을 구성했다.
● 3년 전 총파업 이끈 강경 인사 앞세워
이날 의협은 회원 13만 명에게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했을 때 의료계가 총파업을 진행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이 담긴 온라인 설문조사 주소를 배포했다. 의협은 17일까지 투표를 시행한 뒤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 방침이다.
의협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을 이끈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을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수석부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최 전 회장은 3일 범대위 회의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될 각오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번 투표에선 집단 휴진에 찬성하는 응답이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 10월 서울시의사회가 벌인 설문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회원 응답률이 76.8%로 높았고, 의협 회원 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 사이에서 ‘의사 인력 증가로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찬성표가 많다고 해서 곧장 집단 휴진에 돌입하는 건 아니다. 정부와의 협의에서 증원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의협 측은 설문 결과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향후 증원 규모를 ‘통보’하듯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에 대비해 회원들의 투쟁 의사를 미리 확인해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실익 없다” 의료계 내에서도 동력 약해
의사 단체가 마지막으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진을 벌인 건 2020년 8월이다. 당시 중증·응급환자 진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전공의(레지던트)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가 “증원을 강행하지 않겠다”라며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엔 3년 전보다 의사 단체의 동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3년 전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섰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파업에 신중한 입장이다. 대전협은 지난달 22일 “(정부가)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낸 후로 구체적인 행동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20년 집단 휴진 당시 개원가의 참여율이 10%대에 그치면서 전공의 사이에서 ‘총알받이가 됐다’는 실망이 나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의료계 내에서도 집단 휴진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의협 내에서도 강경 발언이 힘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라리 정부와 협상을 통해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보상책 등을 얻어내는 게 유리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는 것.
정부와 여당은 의협의 집단 행동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보건의료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대응반을 구성해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한 진료 대책을 점검하기로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되면 법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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