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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22대 총선 레이스 시작…출발선이 다른데 공정하게 달리는 것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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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외 정치인들 도전기 들어보니

경향신문

그래픽 | 엄희삼 기자 heesa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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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자 등록해야 ‘선거운동’ 가능…총선 180일 전 명함 돌리면 불법
홍보 문자 8회 제한…사전에 후원금 못 모으고 한도도 현역의원의 ‘절반’
당원 명부 접근 못해 경선에서도 불리…‘온통 하지 마’ 선거법 개정 필요

22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일부터 시작된다. 정치 신인들은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이날을 기다리지만 현역 의원들은 되도록 늦게 예비후보자로 등록한다.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오히려 선거운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들에게 공직선거법의 벽은 그만큼 높다. 신인들은 현수막 게시, 정치후원금 모금, 명함 배부, 당원 명부 열람 등에서 현역 의원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여야 원외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도전기를 들어봤다.

사전선거운동 막는 선거법

정치 신인들은 예비후보자가 되기 전까지는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현 선거법 규제가 가장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부천정 출마를 준비 중인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시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현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현역 의원과 달리 신인들은 선거 1~2년 전에 ‘출마한다’고 말할 수 없고 지역 현안이나 비전을 주민에게 알릴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예비후보자 등록은 총선 120일 전에 시작한다. 정치 신인들은 예비후보자가 되면 비로소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어깨띠를 두르고 유권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지역에서 이름을 알릴 기회가 극히 제약된다. 명함은 선거 180일 전부터 돌릴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배부하는 것은 불법이다.

경기 포천·가평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들은 명함을 언제든 돌릴 수 있지만, 신인은 지역 주민에게 명함 한 장 드리는 것도 잘못하면 불법이 된다”며 “상대방이 나에게 명함을 달라고 요청하거나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서만 명함을 건넬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홍보 문자메시지·홍보물을 배포하는 장수나 횟수에 제한을 받는다. 선거홍보물은 선거구 내 가구 10%에만 보낼 수 있다. 문자메시지는 8회까지 보낼 수 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 금지 기간(선거일 90일 전)까지 현수막 걸기, 공보물·명함 나눠주기,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사실상 제약 없이 할 수 있다. 의정보고서도 모든 가구에 보낼 수 있다.

중앙당이 지역에 내거는 현수막은 현역 의원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주요 홍보수단이 된다. 경기 동두천·연천 출마를 준비하는 국민의힘 소속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예비후보 등록일 전에도 언제든 현수막을 내걸 수 있지만, 원외 정치인이 붙이면 불법이 된다”고 밝혔다. 당협·지역위원장이 지역에 설치하는 현수막 비용은 주로 정당보조금과 당비 등으로 충당한다.

선거운동 방식도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하는 황두영 작가는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기 전에는 내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을 수 없고 집회 형식의 선거운동을 하는 길이 제약된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을 출마를 준비하는 박기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유권자에게 나를 알릴 방법이 없다 보니 1인 시위 형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역 3억 vs 신인 1억5000만원

후원금 제도도 정치 신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정치 신인은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는 선거 120일 전까지는 후원금을 모집할 수 없다. 박 부대변인은 “변호사나 자기 시간을 낼 수 있고 다른 수입원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정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과 신인 사이에는 후원금 모집 금액 한도에도 차등이 있다. 국회의원은 평년엔 최대 1억5000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최대 3억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정치 신인은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다음부터 1억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당협·지역위원장이 아닌 정치 신인들은 경선에서도 불리하다. 현역 의원을 비롯한 당협·지역위원장들은 당원 명부를 열람할 수 있다. 손 대표는 “현역 의원은 4년 내내 당원 명부에 접근할 수 있지만 원외 신인은 경선 며칠 전에야 명부를 볼 수 있기에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협위원장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당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상적인 채널을 갖고 있다”며 “당원 명부가 없는 원외 정치인 입장에서는 경선에서 당원 비중이 올라가면 불리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은 또 정치 신인과는 달리 보좌진 9명을 지역 선거운동에 투입할 수 있다.

“‘온통 하지 마 선거법’ 개정해야”

시민단체는 규제 중심인 ‘온통 하지 마’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물 설치와 인쇄물 배부를 선거일 120일 전부터 금지한다.

간판·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게시,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마스코트 등 상징물 제작·판매,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 또는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됐거나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벽보, 인쇄물 등의 배부·상영·게시를 할 수 없도록 한다.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한 집회도 규제한다.

참여연대는 지난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입법 의견서’를 통해 “선거운동기간을 명목으로 사실상 항시적으로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의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나영·조문희·이두리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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