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에 반대해 이날부터 일주일간 총파업 찬반투표에 나서고, 17일엔 총궐기대회를 한다고 한다. 앞서 의협은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6일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시위도 벌였다. 정부도 협회 움직임에 의료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 비상 태세에 들어갔다.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이다.
의협은 의대 증원에 대해 정부와 협상을 벌여오다 돌연 파업을 들고 나왔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합의점을 도출해나가기보다 파업부터 들고 나선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의협은 의정 간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의사 수급과 의료 서비스 질·의대 교육의 질 확보, 저출산에 따른 총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실성 있는 대안 없이 ‘파업’ 운운하는 것은 2020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을 총파업으로 멈추게 한, 힘자랑을 다시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의사 부족 사태는 2006년 의대 정원을 줄이고 3058명으로 묶어놔 벌어진 일이다. 선진국들이 고령화와 유행병에 따른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의대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과 대비된다. 영국은 2020년에 의대 42곳에서 8639명을 뽑았고, 독일은 39개 의대에서 총 9458명을 뽑았다. 미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2.7명으로 한국(2.6명)처럼 OECD 평균(3.7명)을 한참 밑돌지만 의대 정원을 꾸준히 확대해 2002년 1만6488명에서 올해 2만2981명으로 39.4%나 늘렸다. 그런데도 전공의가 모자란다고 의협이 발 벗고 나서 1만4000명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상태다.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확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한 의사 수 확보와 함께 필수의료 수가 인상, 법적 책임 완화 등으로 정교하게 풀어나갈 문제다. 국민 고통이 큰 상황에서 더는 의대 증원을 미룰 일이 아니다. 의협도 집단이익을 위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건강을 우선에 두고 정부와의 대화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