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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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기금운용직 50명 증원 내용이 담긴 2024년 정기 증원 협의 결과를 국민연금에 통보했다. 이달 14일 열리는 공단 이사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국민연금 기금운용직 정원은 376명에서 426명으로 늘어난다. 윤석열 정부가 작년 5월 출범 이래 줄곧 공공기관 인력 감축 기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50명 증원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기금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라는 윤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3월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해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연금의 2022년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금액가중수익률 기준)은 -8.22%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정원을 50명 늘려놓고도 정작 이달 6일부터 시작한 자산운용 전문가 공개 모집에서는 운용역을 27명만 선발하겠다고 했다. 최종 합격자는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인력 증원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을 때 채용 공고를 냈기에 당시 필요한 인력(27명)만 선발하는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국민연금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이사회 의결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건 맞지만, 국민연금이 채용 공고를 낸 시점은 이미 기재부가 증원 협의 결과를 공단에 통보했을 때다. 국민연금이 채용 공고를 이사회 의결(12월 14일) 이후로 조금만 조정했어도 더 많은 전문가를 뽑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니까 그냥 기계적으로 일정대로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 DB |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직 채용 절차는 3~4개월가량 소요된다. 지난 3월에 실시한 2023년도 1차 채용은 7월에 마무리됐고, 이번 3차 채용은 2024년 3월에 끝난다. 국민연금이 늘어난 정원을 메꾸고자 2024년 봄에 채용 절차를 시작해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뽑힌 인력이 출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관계자는 “원래 필요한 인력(27명)에 증원(50명)을 합치면 77명을 더 채용해야 하는데, 부지런히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2월 전주 이전 이후 지금까지 어렵게 뽑은 투자 전문가들의 줄이탈로 애를 먹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퇴사자 수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지방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기금본부를 떠났고 이후로도 매년 20~30명이 전주를 떠나고 있다. 기금운용역은 3~5년 단위 계약직이 많은데,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가니 이탈자가 확 늘어난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수익률 극대화의 일환으로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해외투자기획팀, 사모대출투자팀, 부동산플랫폼투자팀, 세무지원부, 주주권행사2팀, 기금인사부 등 6개 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대체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는 민간 운용사에도 큰 과제”라며 “국민연금 채용 일정이 한가롭다는 인상을 주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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