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8 (수)

‘무관심이 약’이라는데…웹툰 종주국 ‘문산법’에 때아닌 ‘패닉’ [황금알 K웹툰의 위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팝·K-드라마 이어 3대 콘텐츠 ‘웹툰’,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드라이브에 술렁
공정위ㆍ방통위 등 부처 간 중복 규제…금지 행위 규정 모호해 K-콘텐츠 위축 우려
전 세계 웹툰시장 연평균 40%씩 성장하는데…"문산법 시행 시 빅테크에 시장 장악"


이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명실상부 ‘세로로 보는 디지털 만화’ 웹툰 산업의 종주국이다. 최근 애플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속속 웹툰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윤석열 정부가 ‘킬러규제 혁파’를 외쳤지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검정 고무신 사태를 계기로 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을 추진해 문화콘텐츠산업 전체를 옭아매는 규제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입법을 주도하는 문산법은 웹툰을 포함한 K-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K-콘텐츠를 수출 산업으로 키워 4년 내 250억 달러(약 33조 원) 수출을 달성해 세계 콘텐츠 시장 4강에 진입하겠다는 정부 목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 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드 컨설팅은 2021년 세계 웹툰 시장 규모가 47억 달러이고 연평균 40.8%씩 성장해 2030년 601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문산법은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창작자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조차 법안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 소관 법률과의 중복 규제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산법은 문화산업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10가지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문체부에 시정조치 권한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이미 유사한 금지행위 규제 권한을 갖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과의 중복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문체부가 시정명령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 부여, 과태료,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어 시장규제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확보해 문화계의 공정위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견해까지 나온다.

문산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문화상품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다. 법 적용 대상이 되는 문화상품은 방송·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음악·출판·웹툰, 애니메이션 등으로 광범위하다. 문체부는 이미 문화산업에 대한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만화진흥법, 음악산업진흥법, 영화비디오법 등을 통해 개별 산업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용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산업에 대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규제 적용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고 제작과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결국 이용자에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산법은 K-콘텐츠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역행하는 법안으로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 주도하는 웹툰시장을 빅테크에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영근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규모 자금력을 앞세운 빅테크가 국내 OTT를 시작으로 웹툰, 음원 플랫폼을 고사시킬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라며 “빅테크들의 국내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를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사례를 비추어 볼 때 문산법이 도입될 경우 이들은(빅테크) 생태계에서 통제 불능의 지위를 차지하고 빅테크의 국내 시장 장악이라는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지항목 중 하나인 판촉, 유통 비용 전가는 오히려 신인 작가에 대한 진입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웹툰의 경우, 처음 2회를 무료로 제공하는 관행을 실시하고 있지만, 비용을 플랫폼에 전가하면 플랫폼에서는 인지도 있는 창작자의 콘텐츠만 유통할 가능성이 커져 오히려 신인 창작자의 기회가 줄어들고 산업 자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법 적용 대상이 되는 시장의 목소리도 반영하지 않고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웹툰업계와 OTT 업계는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규제를 도입하기 전 면밀한 실태조사와 실증적 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2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난 웹툰 작과와 플랫폼 관계자들은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각 콘텐츠 산업 간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동시에 웹툰산업이 규제로 인해 산업적 활동이나 창작 활동 둔화로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초 문산법을 찬성했던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도 문산법이 유통법이라 정작 저작자나 제작사의 사업이 보호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더 면밀히 검토하고 업계 전반적으로 의견이 수렴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했다.

[이투데이/김나리 기자 (nari34@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