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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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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시연영상, 실시간 아닌 편집본… “다급한 구글,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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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바드’ 시연서 오답 망신 구글

실시간 장면 대신 준비한 답변 담아

“오픈AI-MS에 밀리자 성급한 공개”

美-英선 오픈AI-MS 독점 논란 일어

동아일보

‘실시간 응답’ 아닌 ‘짜깁기 영상’ 시연 구글이 6일(현지 시간) 공개한 인공지능(AI) ‘제미나이’ 시연 동영상. 그림과 인형을 보여주자 오리라고 답하고, 소재를 분석하는 등 멀티모달 AI가 사물을 인식하고 말로 응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극적 효과를 위해 편집된 영상으로 드러났다. 구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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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오리를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이를 알아차리고 “물에서 수영하고 부리가 있으니 오리”라고 정답을 맞힌다. 오리를 파랗게 칠하니 “오리에겐 드문 색”이라고 말한다. 구글이 6일(현지 시간) 야심 차게 공개한 멀티모달(multi-modal) AI ‘제미나이(Gemini)’ 시연 영상 속 한 장면이다.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가 현실 세계를 관찰하고 추론해 말로 답하는 모습에 당시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6분 22초짜리 영상은 제미나이의 인식 및 반응 전 과정을 편집 없이 한 번의 컷으로 녹화한 게 아니었다. 제미나이가 실제 본 것은 사람이 실시간 그리며 실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사물이 아니라 다 그린 것을 찍은 사진이었고, 음성으로 사람과 대화하지도 않았다. 제미나이에게 보여준 것도, 제미나이의 답변도 극적 효과를 위해 오려 붙이고, 음성을 입힌 편집 영상이었다.

동아일보

지난달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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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올 초 오픈AI ‘챗GPT’ 대항마라며 챗봇 ‘바드’를 내놓고 시연할 때도 오답이 그대로 공개돼 주가가 떨어지는 망신을 당했다. 세계 최대 AI 개발 조직을 둔 구글이 챗GPT에 뒤처진 AI 기술 경쟁 국면을 급하게 전환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챗GPT에 앞선 모습 보이려다…”

미 블룸버그통신이 8일 제미나이 시연 영상이 편집된 영상이라고 폭로하자 구글은 “실시간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미리 준비된 이미지와 텍스트를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이를 인정했다. 이어 “시연 영상은 제미나이 멀티모달 기능으로 (사용자와 AI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날 칼럼에서 “느릿느릿한 검색 대기업이 챗GPT에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챗GPT 이후 판이 커진 AI 시장에서 구글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리자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오픈AI 사태를 겪으며 AI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들이 단일 AI 모델에 의존할 때의 리스크를 인식하고 대안을 찾으려 하자 구글이 성급하게 제미나이를 공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오픈AI GPT 4의 성능을 능가한다고 밝힌 ‘제미나이 울트라’는 내년 출시 예정이라 미공개 상태다. 엘리 콜린스 구글 딥마인드 제품 담당 부사장은 블룸버그에서 “오리 관련 시연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챗GPT 3.5 버전과 비슷한 ‘제미나이 프로’는 바드에 적용해 출시했지만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기자가 영어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최신 정보를 알려달라’고 적자 “갈등 국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구글에 검색해 보라”고만 답했다.

● MS-오픈AI는 독점 논란

마음이 급한 것은 구글만이 아니다. 시장조사기업 IDC는 올해 세계 기업이 생성형 AI 도입에 160억 달러(약 21조 원)를 들였고, 2027년에는 투자액이 1430억 달러(약 188조 원)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 유력하자 구글뿐 아니라 다른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오픈AI 내홍 직후 AI 개발 관련 발표를 쏟아내고 있다. 메타는 6일 IBM 및 세계 50여 개 AI 연구기관과의 동맹을 발표했고, ‘6개월 AI 연구 중단’을 주장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7일 AI 챗봇 ‘그록’ 배포를 시작했다.

오픈AI와 MS는 AI 안전성 문제와 기술 독점을 우려하는 미국과 영국 규제당국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MS가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자해 오픈AI 산하 영리법인 지분 49%를 인수한 것을 단순한 투자가 아닌 합병으로 볼 것인지 조사 검토에 나선 것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예비 자료 수집에 착수했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조사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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