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법 의무 사항 준수 어려워
기업 10곳 중 8곳, 정부 컨설팅 지원조차 못 받아
"법 추가 유예 불가피···의무·처벌 합리화 추진해야"
근로자 50인 미만인 소규모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이행할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의무 준수를 위한 전문 인력의 부재 등을 이유로 내년 1월 말 예정된 법 적용 시점을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상시근로자 50인(건설공사 50억 원)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실태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내년 1월 27일 50인(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소규모 기업의 준비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기간은 지난달 14일부터 22일까지 7일간(주말 제외)이다.
조사 결과 소규모 기업의 94%는 현재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준비 중인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공사금액(건설업)이나 근로자 수가 적을수록 법 적용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공사금액 별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의 응답률을 보면 △1억 원 미만 97% △20억 원 미만 96% △50억 원 미만 85% 등이다. 근로자 수 기준으로는 △10인 미만 89% △20인 미만 89% △30인 미만 85% △50인 미만 79%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준비 중인 기업 중 87%는 남은 기간 내 법에서 정한 의무 사항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법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는 △전문 인력이 없어서(41%) △의무 내용이 너무 많아서(23%) △예산 확보가 어려워서 △의무 내용이 불명확해서(11%) 등을 꼽았다. 경총은 전문 인력의 도움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응답 기업의 45%는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자가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57%는 ‘사업주 또는 현장소장’이 안전 업무를 수행 중인 상황이다. 소규모 기업은 법적으로 안전관리자 등을 선임할 의무가 없는 데다 인건비 부담 등으로 전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 중 준비가 어려운 항목으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29%)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위험성평가) 마련(27%) △안전보건 관계법령 의무 이행 점검(18%) △도급·용약 위탁 시 산재예방 조치능력 평가 기준 마련 등의 순으로 꼽았다.
정부 지원도 열악하다. 응답 기업의 82%는 정부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컨설팅조차 받지 못했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2년과 올해 각각 2566곳, 16000곳 등 총 1만 8566곳의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지원했는데 이는 50인 미만 사업장 약 83만 곳(5인 미만 제외)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현장 특성에 적합한 매뉴얼·가이드 보급(33%) △전문 인력 지원(32%) △안전설비 비용 지원 확대(17%)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 지원 확대(13%) △안전보건교육 지원(5%) 등을 요구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소규모 기업의 준비 실태를 고려했을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유예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영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 방안 등 종합 대책 마련과 함께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의무 내용과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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