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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총선 앞두고 또 인재 영입 경쟁…순풍 될까 역풍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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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인재 영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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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인재 영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민주당 출신 조광한 전 경기 남양주시장 등의 영입 사실을 공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영입인재 1호’를 발표한다.

국민의힘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각각 인재영입기구 위원장으로 지명한 뒤 전례가 드문 ‘국민추천제’까지 꺼내들며 인적 풀을 넓히려 애쓰고 있다. 정치권으로 호출된 인재들은 선거와 정치에 참신함을 더하고 지지층의 외연 확장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각종 논란으로 되레 선거판에 악재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22대 총선 앞둔 양당의 전략은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지난 8일 이수정(59)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5명을 총선 영입 인재 1호로 발표했다. 청년, 여성, 아동,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 첫번째 영입의 콘셉트다. 이 교수 외에 육아 필독서로 꼽히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인 하정훈(63)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탈북 공학도인 박충권(37)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윤도현(21) 자립준비청년 지원(SOL) 대표, 방송 패널로 출연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을 비판해온 구자룡(45) 변호사가 영입됐다.

이 가운데 이수정 교수는 최근 국민의힘 후보로 내년 총선에 지역구에 출마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2012년 신설된 이후 줄곧 더불어민주당(2012년 김진표 국회의장, 이후 박광온 의원)이 차지했던 경기 수원정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1월20일 당 누리집에 ‘국민인재 공개추천’ 페이지를 열었다. 지난 총선 당시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지역구 공천을 뒤집는 ‘호떡 공천’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은, 이번엔 ‘국민 눈높이’를 첫번째로 강조하고 있다. 당 인재영입위원회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재 △민의와 공익을 우선순위로 두고 실천할 수 있는 인재 △올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소통과 화합에 앞장서는 인재 △인생의 어려움과 고난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인재를 ‘4대 영입 원칙’으로 내세웠다. 국민 추천 기간은 내년 1월24일까지로, 국민의힘은 앞으로 적절한 인물을 선발해 공개해 나갈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앞으로 (국민의힘이 취약한) 청년, 호남에 초점을 맞춘 인재영입을 진행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민주당 출신 인사를 삼고초려하면서 영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인재 영입 키워드는 ‘미래와 민생 회복’이다. 과학기술 분야 등 미래를 선도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민생과 경제위기를 극복할 인재를 찾는 게 최우선 목표다. 민주당 인재영입위 간사인 김성환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망친 경제와 민생 분야를 되살리고, 대한민국의 새 미래 전망을 만들 수 있는 분을 선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역 등의 대표성과 의정활동 역량 여부까지 함께 고려하겠단 방침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사들의 영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기가 3년6개월 남은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한 견제와 개혁 요구는 제1야당의 책무이기에 이에 걸맞은 인재 수혈 또한 필요하다는 논리다.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에 앞장서 반대한 류삼영 전 총경,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건 수사 뒤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 검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을 외쳐 온 임은정 부장검사 등이 입에 오르내린다. 민주당은 여당 시절인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당시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판사 출신 이수진·이탄희·최기상 의원과 검사장 출신 소병철 의원을 영입 인재로 선발한 바 있다.

‘도전’과 ‘혁신’의 가치를 대변할 기업인과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민주당의 영입 우선순위로 꼽힌다. 다만, 이들은 주식 백지신탁 문제나 기업 경영권과의 이해충돌 문제 등으로, 여의도행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역 기업인의 경우 경영권 문제가 자칫 이해충돌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영입에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 영입 성공·실패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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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논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인 원종건씨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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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인재 영입은 선거판에 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2호로 ‘27살 청년’ 원종건씨를 발탁했다. 당시 민주당은 ‘시각장애인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핀 흙수저 청년’이라는 그의 스토리를 강조하며, 청년과 취약계층을 대변할 인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입당 뒤 한달 만에 원씨의 과거 데이트 폭력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원씨는 즉각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했고, 이해찬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했지만 ‘부실 검증’과 ‘이벤트성 영입’이란 비판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반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민주당의 인재 영입은 참신함과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 민주당은 과거 재야 운동권, 노동계에 편중했던 인재 영입에서 벗어나 기업, 외교안보, 사정기관 출신 등으로 저변을 넓혀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이때 영입 인물이 정보통신 분야 경영인 출신 유영민 전 의원, 경찰대 교수 출신 표창원 전 의원, 2003년 북핵 6자회담에서 첫 수석 대표를 맡은 이수혁 전 주미대사 등이다. 민주당은 당시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계 의원들이 집단탈당을 하면서 총선 지형이 상당히 불리했음에도, 새누리당보다 1석 많은 123석으로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후보군 추천과 검증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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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누리집의 인재 영입 ‘국민 추천’ 페이지.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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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영입 후보 리스트는 당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당 인재영입기구는 의원 또는 당직자들이 추천한 인물과 온라인 검색 등으로 발굴한 인물을 법조계·재계·시민사회 등으로 분류한다. 되도록 특정 직업이나 단체에 쏠림이 없도록 하려는 조치다. 이후 정당의 비전·가치·지향과의 부합 여부 등을 따져 일부를 배제하고, 나이와 성별 등을 고려해 후보군을 안배한다.

기존의 방식에 더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22대 총선에선 국민이 인재를 직접 추천할 수 있는 국민추천제를 도입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거나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 적은 있으나, 인재 추천 자체를 시민에게 개방한 전례는 드물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보다 넓은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천된 인원 모두를 세밀하게 평가·검증하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정권 교체로 ‘갈 곳’을 잃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한 인사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한 인사 등 이미 당원 인재 풀이 포화된 상태”라며 “이번엔 ‘영입’에 방점이 찍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만큼, 내부 발탁에도 신경을 쓸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8일 출범한 민주당의 인재기구 명칭은 ‘인재영입위원회’가 아니라 ‘인재위원회’다. 민주당은 기구 명칭에서 ‘영입’이 빠진 점을 두고, “인재 영입을 중심으로 하면서 내부 발탁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총선의 ‘간판’으로 앞장세우거나 후보로 내보내려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검증이다. 특히 최근엔 고위공직자 후보자 등의 자녀 학교폭력 문제나 가상자산·주식 투자 논란이 연이어 터지고 국민들의 비판이 들끓으면서, ‘신종 비위 의혹’도 걸러내야 한다. 민주당 인재위 관계자는 “1차 검증 과정에선 구글링 등을 통해 외부 기고글, 논문 등의 문제 여부 및 평판 조회를 진행하고, 의원 면접을 진행한다. 이후 2차 검증 과정에서 소득재산신고서 등 검증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 받아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인재 양성 없는 ‘이벤트용’ 비판도


여야 정치권 모두가 공들이는 인재 영입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이벤트성 영입’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중장기적으로 당을 이끌 인재 육성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권은 정치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 때마다 이벤트성 인재를 호출하고 일회용으로 쓰고 끝낸다. 당장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정당 체질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며 “외부 영입인사들은 정당민주주의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당 내부에서 사람을 발굴하고 육성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재 영입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 방식과도 배치된다. 통상 영입인재들은 당선이 용이한 지역에 전략공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영입인재들이 전략공천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다른 후보가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고,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할 몫을 정당 지도부가 결정하게 되는 거고, 정파 논리에 따라 역차별을 받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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