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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수)

애도 울고 나도 울었다.. 소아과 오픈런[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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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소아과가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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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고리타분한 멘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매일 외치고 싶은 25개월 워킹맘입니다. 그대신 소소하면서 트렌디한 '요즘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지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오픈런'은 명품을 구입할 때나 맛집에 갈 때나 쓰는 단어인 줄 알았지만 진정한 오픈런은 따로있었다. 요새 화제가 되고있는 '소아과 오픈런'이 그 주인공이다. 다른 오픈런이야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의한 것이지만 소아과 오픈런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이고 난이도도 높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아픈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가서 몇 시간 대기하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생지옥이다. 꽉 찬 병원 대기실에는 아픈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떼쓰는 소리로 가득하고, 복도로 나가면 그곳에도 역시나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소아과 후 브런치하러 가는 엄마는 유니콘급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과 관련해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려 몰려든다"고 주장해 많은 부모들의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 되며,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든다고 주장했다.

전날 힘겹게 소아과 오픈런을 한 나는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났다. 같이 오픈런을 한 동지인 남편도 함께 분노했다.

애가 밤새 아파서 열보초(시간마다 체온을 체크하는 것)를 선 부모들이 브런치를 즐길 여유가 어디있을까. 그리고 애가 열이 날 경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어찌 아픈애를 데리고 브런치가 가능할까.

더러 있다는 소아과 진료 후 브런치에 간다는 엄마들은 내 주변에선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유니콘과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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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을 하는 이유? 예약 열리지마자 마감


각 병원마다 운영방침이 다르긴하지만 보통 오픈런까지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소아과 진료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의 경우 유명한 소아과의 경우 진료예약 애플리케이션인 '똑닥'에서 예약이 열리자마자 1분도 안되어 50명이 넘어 오전진료가 마감된다. 결국 똑닥 예약이 열리기 전 현장대기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아예 예약 앱을 쓰지 않는 소아과는 현장에서 새벽부터 번호표를 뽑기 위해 줄 서 있어야하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이는 인기 많은 소아과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그렇지 않은 소아과도 대기가 길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아직 어린만큼 최대한 정확한 진료를 통해 최소한의 약을 써서 빠른 회복을 하는 것이 모든 부모가 원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이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병원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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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에서 한 아이가 진료를 받는 모습. / 뉴스1 ⓒ News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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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픈 아이, 여행도 마음대로 못가


아이가 아프면 결국 부모도 같이 아프다. 아픈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픈 것이 1차적인 아픔이라면 아이가 회복의 기미를 보일 때 쯤 아이에게서 전염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아이의 병간호를 하느라 며칠 밤을 새우며 떨어진 면역력은 감기를 이어받게 하는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콧물을 흘리거나 기침이라도 한 번 하면 '설마 또 전쟁의 시작인가'하며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한 달 중 약을 먹지 않는 기간은 일주일밖에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많이 아프다.

아이들에게 또 여행은 쥐약이다. 여행을 가면 꼭 아픈 아이들이 많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겨울휴가를 제주로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기침을 시작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역시나 여행지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제주도에서 소아과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소아과 오픈런은 서울이나 제주나 마찬가지였다. 50명의 대기를 뚫고 진료시간 마감 전 겨우 진료를 볼 수 있었는데, 다음날 엑스레이를 찍으러 또 방문해야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또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근처에 가니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를 아기띠에 넣고 달리는 엄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같이 달렸다. 제주도 여행을 와서 까지 소아과 오픈런을 이토록 치열하게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결국 현실이 됐다.

아이가 있는 집은 항상 아픈 아이와 아플 아이를 두고 전쟁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행지에서도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하는 부모들인데 브런치 타령이라니 많이 억울하다. 아이가 아파서 전복죽만 먹다와서 더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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