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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내년 AI 애널리스트 데뷔... 그들은 '매도' 리포트 많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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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인공지능(AI) 애널리스트를 도입하고 있어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람 대신 AI가 기업 실적 등을 바탕으로 투자 정보를 분석하고 리포트까지 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가 참고할 수 있는 리포트가 다양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애널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시간과 비용 문제로 다루기 어려웠던 기업까지 살펴볼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I 애널리스트 도입으로 업계의 오랜 과제였던 ‘매수 의견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리포트의 출처는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인 만큼 기업과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종목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매도 의견을 냈다가 자칫 잘못하면 인신공격까지 당하는 현재 분위기에서는, 애널리스트가 AI 애널리스트를 앞세워 AI의 의견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매도 리포트를 낼 수는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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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중으로 리포트 작성을 포함한 다양한 업무에 AI 애널리스트를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 실적과 주가 흐름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학습시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내년에 AI 애널리스트를 도입하도록 준비 중”이라며 “현재 개발 단계이고,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선 논의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지난달 자체 개발한 ‘유진AI애널리스트’를 통해 종합자산관리를 지원한다. 유진AI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120개국 상장 종목의 계량 데이터 분석 정보를 챗GPT와 연계된 대화 형태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챗GPT를 기반으로 핀테크 기업 두물머리가 검증한 계량 데이터와 투자 분석 AI를 결합해 개발됐다.

유진투자증권은 향후 기업 분석 리포트 작성에도 AI 애널리스트를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프라이빗 뱅커(PB)가 고객에게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이용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챗GPT는 종목 분석과 같은 전문 분야에서 답변의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에 투자 분석 AI를 접목한 만큼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기간을 정해놓고 주제에 맞는 종목을 차트화하는 건 사람보다 빠르기 때문에 AI 애널리스트를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AI 애널리스트 도입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성을 회복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기업 분석 리포트가 과도하게 ‘매수’ 의견에 쏠려있거나 일부 종목 분석에만 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인데도 아예 분석 리포트가 안 나오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들에게 리포트라는 콘텐츠가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며 “AI 애널리스트가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 종목에 대해 분석하거나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제시한다면 증권사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애널리스트 개인이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을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AI가 ‘매도’ 의견을 냈다고 하면 투자자들이 공격할 수 있겠느냐”며 “신상 정보가 노출되지 않으니 종목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에코프로에 대해 예외적으로 ‘매도’ 의견을 냈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길거리에서 투자자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다만 일부 실무진들은 AI 애널리스트의 단독 리포트 발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미 리서치센터에서 기업 보고서를 작성할 때 챗GPT를 통해 과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틀린 정보가 꽤 있기 때문에 거듭해서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며 “사람이 활용하기엔 유용할 수 있지만 혼자서 내는 리포트가 얼마나 유의미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을 분석할 때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같은 수치 외에도 해당 기업의 성장 배경을 이해하려면 사람의 경험과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AI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 리포트를 작성하더라도 회사가 해당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현실적으로 독립성 확보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소가윤 기자(s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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