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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하마스, 비트코인으로 돈 모았다?… “가상자산은 테러 자금 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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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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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월 블록체인 분석업체 비트오케이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필요한 테러자금 4100만달러(542억원)를 가상자산으로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상자산으로 거액의 테러자금을 조달했다는 분석을 소개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업계는 테러자금 규모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테러단체의 송금과 일반 사용자들의 송금을 한 번에 처리하고 있어 겉으로 보기엔 두 송금 모두 테러자금이라고 착각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이체 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테러자금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테러조직이 가상자산으로 테러자금을 조달한 첫 사례는 2012년 수니파 이슬람 반군 단체 산하 조직 무자헤딘 슈라 의회(MSC)로 알려져 있다. 이 조직은 소셜미디어(SNS) 광고를 통해 비트코인을 기부해달라고 홍보했다. 모금액은 당시 450달러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내전에서 활동한 ‘말하마 택티컬’과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국제 범죄 단체 ‘ISIS’, 이슬람 성전주의자 조직 ‘알 사다카’ 등도 2015~2019년 텔레그램 등을 활용해 가상자산으로 테러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MSC와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을 기부해달라고 홍보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가상자산으로 테러자금을 모금하려는 이유는 정상적인 은행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하마스 등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은행 결제망을 통한 자금 거래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테러자금 수단으로 활용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자금 이체 기록 등 블록체인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으로 테러자금을 조달하려면 공개키를 공개해야 하고, 그 순간 개인키 소유자의 신원은 노출될 수밖에 없다. 누가 어떤 경로를 거쳐 테러자금을 송금했는지 정확히 추적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4월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이 가상자산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카삼 여단에 가상자산을 기부했던 사람이 적발돼 기소되면서 기부자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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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널리시스가 테러자금 조달에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지갑의 블록체인 거래 분석 결과. 최소 20개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는 총 840만~11억달러의 가상자산을 받았지만, 이 중 약 45만달러만 테러 관련 지갑으로 이체됐다. /체이널리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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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단체가 가상자산으로 조달한 자금 규모가 수천만달러에 달한다는 추정도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 등 서비스 제공업체는 거래를 처리할 때 테러단체와 일반 이용자의 거래를 한 번에 처리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두 거래 모두 테러단체와 연관돼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한 테러단체에 비트코인 1개를 송금했고, 일반 이용자 B씨가 비트코인 1개를 C씨에게 송금하는 거래가 한 번에 일어날 경우 비트코인 2개가 테러자금으로 유입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가상자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부 분석업체는 테러단체가 특정 거래소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해당 거래소의 모든 거래를 테러자금 규모로 계산하기도 한다.

결국 정확한 테러자금 규모를 확인하려면 거래 기록이 정확하게 기록된 디지털 장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통상 정부가 범죄조직의 가상자산을 압수하는 방식도 거래소로부터 장부를 제출받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하마스의 테러자금이 수천만달러라는 보도가 많은데, 테러와 관계없는 일반 이용자의 거래도 테러자금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값이 아닐 수 있다”며 “최근에는 가상자산 ‘믹서’로 추적을 피할 수 있게 한다는 서비스도 있지만, 오프체인 데이터를 활용해 모두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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