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맞설 최적카드" 논리로 유럽 정상들 설득
2022년 6월 파리 방문 당시의 드라기와 마크롱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자리에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를 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프랑스·벨기에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차기 EU 집행위원장에 드라기 전 총리가 뽑힐 수 있도록 다른 유럽 정상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위해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찬성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EU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6월로 끝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내년 10월 임기가 종료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을 EU 집행위원장 후보에 가장 먼저 추천한 인사도 바로 마크롱 대통령이다.
2019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적극적으로 지지한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반대해 두 정상이 집행위원장 자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난항을 거듭하던 EU 지도부 인선은 마크롱 대통령이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깜짝 제안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행위원장을 독일에 양보하는 대신 자국 출신 크리스틴 라가르드를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유럽이 직면하게 될 위기에 대처하려면 이미 유럽을 위기에서 구한 경험이 있는 '슈퍼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적임자라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기 전 총리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ECB 총재를 지내며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 위기를 능숙하게 처리한 경험이 있다.
유로존(당시 유로화 사용 19개국) 붕괴 우려로 투자자들이 유럽 채권 매입을 꺼리자 그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는 한마디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과감한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으로 유로존 위기를 타개한 그에게는 '유로존을 구한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킹메이커' 마크롱 대통령이 차기 EU 수장에 드라기 전 총리를 밀고 있지만 그가 집행위원장직을 수락할지, 이탈리아 정부가 직전 총리였던 그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드라기 전 총리가 EU 집행위원장직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와 가까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올해 76세인 드라기 전 총리는 지난 9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EU의 '미래 경쟁력'에 관한 자문 보고서 작성을 의뢰받고 관련 작업을 수행 중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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