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DB |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년 상반기 국내 주식 거래 증권사를 선정하기 위해 최근 각 증권사로부터 사회적 책임 활동 자료를 받았다. 이번에 국민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정 기준을 다듬었다. 주식운용·운용전략·수탁자책임 등의 배점을 20점에서 15점으로 낮추고, 책임투자와 사회적 책임 배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증권사 재무 안정성 평가 기준에 우발 부채와 조정유동성비율 항목을 추가한 점이다. 조정유동성비율은 금융회사의 채무보증금 전액이 3개월 이내에 부채로 확정된다는 강한 가정하에 산출하는 지표다. 저금리와 부동산 활황 시기에 부동산 PF 관련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쳤다가 현재 ‘돈맥경화’ 위기에 처한 증권사가 많은 만큼 재무 건전성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증권사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PF 후폭풍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다. 한국기업평가의 ‘금융업권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중 내년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채권과 채무보증 규모는 12조원에 이른다. 전체 익스포저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기평은 브릿지론 규모만 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증권사를 더욱 긴장하게 하는 건 국민연금이 내년 상반기 국내 주식 거래 증권사를 기존 36곳에서 26곳으로 10개사나 줄이기로 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증권사를 평가 결과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마다 정해진 수대로 거래 대상을 뽑는다. 등급이 높을수록 주식 거래 약정액이 많고 수수료율도 높다. 이번에 국민연금은 1등급 6곳(기존 8곳), 2등급 8곳(기존 12곳), 3등급 12곳(기존 16곳)을 선정한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규모는 137조4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이 주는 거래 수수료는 각 증권사 법인 영업(홀세일) 수익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국민연금은 연내 거래 증권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바뀐 선정 기준에 부합하고자 ESG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재무 건전성 관리에도 주력해왔지만, 긴장의 끈을 전혀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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