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는 지역 의료와 환자를 지키는 것이 사명이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이런 거는 없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일본 후생노동성 실장)
세계 최고의 고령화, 지역소멸과 싸우고 있는 일본도 일찍이 지역 의사 부족, 필수의료 의사 부족을 겪었다. 그래서 2008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크게 늘려왔다. 지난달 16~17일 만난 일본 의사회·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정원 확대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두 차례 정원을 늘렸다. 1973~79년 의대가 없는 도도부현(우리의 광역지자체) 21곳에 의대를 신설했다. 지역 의사 부족이 심각해지자 2008년부터 계속 늘려 2007년 7625명에서 올해 9384명(23.1% 증가)이 됐다. 내년에는 9403명이 된다. 다음은 일본의사회 카마야치 사토시(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상임이사와 일문일답.
일본의사회 카마야치 사토시 상임이사가 중앙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신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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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늘린 이유는.
“인구가 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더 필요해졌다. 그러다 1988년 정원을 늘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2004년 큰 변화가 생겼다. 임상연수제를 도입하면서 대도시 집중 현상이 생겼다. 의사가 적은 지역을 위해 정원 확대로 방침이 변경됐다.”(임상연수제는 의대 졸업 후 2년 간 1차진료, 환자 전원 판단능력 등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걸 이수해야 진료할 수 있다.)
-당시 의사회의 입장은.
“약간 반대했다. ‘정원을 늘리면 일할 병원이 줄고 일자리가 뺏기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가져서 반대가 살짝 일어났다. 그러나 의사 부족 문제가 너무 커 반대 의견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강경하게 반대한 측이 없었나.
“있기는 있었으나 의사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해 반대 입장을 강하게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의사를 늘리려 노력한 것이었고, 지역 출신자를 의대에서 양성하려는 정책이었다. 효과를 빨리 봤다고 본다.”
차준홍 기자 |
-그간 일본의사회가 강하게 나온 적이 있나.
“1970년대 수가 인하에 강하게 반대했다. 국회의원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안 돼 한 달 간 공적의료보험을 취급하지 않았다(진료 거부를 의미). 당시 ‘의사가 국민 생명을 두고 장난 친다’는 비판을 엄청 받았다. 이후에는 정책에 반대 의견은 내지만 파업이라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한국 의사는 2020년 파업했고 이번에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
“(사견임을 전제)정부가 정원 확대 입장을 취한 것은 어떡하든 국민을 위해서 결정한 것일 게다. 의료서비스를 좋게 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이득이 되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 숫자가 증가한 이후의 일자리 감소를 걱정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의사를 왜 늘리려는지 이유와 배경에 대해 의사회를 납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다음은 일본 의정국 의사과 사사키 코우스케(의사) ‘의사 등 의료종사자 근무방식 개혁추진실’ 실장과의 일문일답.
-일본의 의사 추이는.
"1973년 모든 현에 의대를 설치한 이후 의사가 2008년까지 늘었다. 그 후에도 일부 현의 의사 부족 실태를 파악하고 임시로 의대 정원을 늘려왔고 지금(2024년)은 9403명이다.
-정원을 계속 늘리나.
“전체 의사 수가 2010년 29만 5000여명에서 2020년 33만 5000여명으로 늘었다. 지금처럼 늘면 2029년에 36만명이 돼 수급 균형을 이루고 공급 초과가 된다. 따라서 의사 증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전국 현이나 (현 내의) 지역에 따라 의사 부족이 생기고 있어 의사 편재(편중) 대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적은 곳에 어떻게 더 배치할지가 과제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의정국 의사과 '의사등 의료종사자 근무방식 개혁추진실' 사사키 코우스케 실장이 중앙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신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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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정원 확대 상황을 설명해달라.
“2010년 의사회는 세 가지 우려를 내비쳤다. 의대정원을 확대하면 교원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면 의사가 부족해져서 지역의료가 붕괴된다고 했다. 또 교원이 분산돼 의료 교육 수준이 떨어지고 의료의 질이 같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인구 감소나 사회 변화에 대응해 의사 양성 숫자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각 현에서 '의사가 부족하니 늘려야 한다'고 희망했다. 정부가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조금씩 늘려왔다. 많이 부족한 곳을 위주로 정원을 늘렸고, 그 결과 조금씩 더 확보했다. 공급이 곧 수요를 따라잡을 것이어서 의사 증가 부분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사회가 극단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것 같다.
“일본 의사회는 지역을 지키고 환자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파업과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의사회 얘기를 조금 들어보자면 주장이 매우 강하고 힘이 센 편이라는 인상이 든다. (일본 정부는) 의사 의견만 듣는 게 아니다. 도도부현·병원·시민단체·전문가 의견을 취합해서 의사수급분과회 등의 검토회를 통해 정원을 늘려왔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의사회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그 외 관계자들의 의견도 똑같이 존중한다.”
※알림: 일본 후생노동성 사사키 실장이 일부 수정 의견을 보내와 추가로 반영했습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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